헌재 “녹취파일 2,000개 보내달라” 검찰에 요청
高 “재단 장악… 농담으로 한 얘기 사실 아니다”
“녹취파일은 국정농단 사태 본질 아니다” 지적도
고영태(41) 더블루K 전 이사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등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검찰에 김수현(37) 고원기획 대표의 휴대폰 녹취파일 2,000여개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하루 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12차 변론기일에서 이 같이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고 전 이사와 김 대표가 함께 재단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는 게 대통령 측이 녹취파일을 통해 증명하려는 골자로,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단을 설립해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부정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녹취파일의 대화가 일부만 공개된 만큼 대화 속에 숨겨진 실제 의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에 대한 제9차 공판에서도 고 전 이사의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고 전 이사는 “대화 내용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이라고 주장했다. 이 녹취록에서 고 전 이사는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사무총장을 쳐내고 내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을 앉히고 우리 사람 데려와서 우리가 다 장악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러면 좋지”라며 “형, 괜찮다니까요. 계산 맞추면 그거 아니고 다른 거 할 수도 있어”라고 고 맞장구쳤다. 최순실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최씨가 대통령과 측근이라는 점을 이용해 노승일ㆍ박헌영ㆍ김수현으로 재단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보인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고 전 이사는 “농담으로 한 얘기일 뿐 절대 아니다”고 맞섰다.
이처럼 박 대통령 측과 최순실씨 변호인이 모두 고 전 이사의 녹취록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고씨 녹취록은) 탄핵심판이나 최순실씨 재판의 핵심사항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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