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추풍낙엽 신세다. 창당 선언 6주, 창당 2주만에 정당 지지율은 정의당에 밀렸고, 대선주자 지지율은 다섯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강론의 한계 속에 타개책으로 등장한 '보수후보 단일화론'은 당내 대선주자 간과 지도부 사이에서 엇박자를 보이면서 혼란스럽다. 하방경직화되고 있는 정당ㆍ인물 지지율을 자력으로 끌어올릴 동력이 보이지 않아 당 안팎에선 장기 표류 우려도 나온다.
바른정당 지지율은 내리막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MBNㆍ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6~8일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조사에서 바른정당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6.8%)에게 밀려 5위(5.8%)로 추락했다. 2위인 새누리당(1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과 충청권, 30대와 50대, 보수지지층에서의 낙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7~9일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바른정당이 7%로 정의당(4%)을 앞섰지만 새누리당(13%)과는 더블스코어 가까운 차이였다.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 저격하며 '따뜻하고 깨끗한 보수'를 내걸고 창당한 바른정당이 정통ㆍ강성보수층으로부터는 외면받고 중도보수층 포섭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병제, 칼퇴근, 3년 육아휴직, 수도 이전, 사교육 폐지, 창업국가 등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공약이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당ㆍ인물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등장한 것이 '보수 후보 단일화'다. 하지만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당의 구심점인 김무성 의원(고문) 사이에서 연대의 범위를 두고 입장이 달라 단일화에 이르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중도+보수 빅텐트'를 제안한 반면 김 의원은 "그렇다면 분당해 창당할 필요가 없다"며 새누리당과의 단일화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남 지사도 "(친박) 패권세력을 뺀 대연정으로 가야하며 새누리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 배제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개책으로 김무성ㆍ오세훈 재등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위기를 모호한 정체성, 부족한 인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 등 복합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바른정당이 자력갱생 노력과 함께 단일화 등 외부 돌파구도 적극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국면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인물론과 직결되는데다 합리적 보수층이나 열린 중도층은 정통ㆍ강성보수층보다 의견 피력에 소극적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경제는 개혁, 안보는 보수'라는 노선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비전을 서둘러 제시하고 영입 기대가 컸던 반 전 총장의 공백을 매울 인물군을 더 내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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