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건립을 둘러싼 서울대 내부 갈등이 해결의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불화의 정점인 본관 점거농성 지속 여부를 두고 학생 대표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학생 측은 일단 다음 회의가 예정된 3월까지 본관 점거는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생 대표 100여명이 모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9일 오후 열려 ‘(본관) 점거지속과 (학교 측과의) 교섭’이 안건으로 논의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특히 교섭안에는 시흥캠퍼스 실시 계획 철회가 어려워진 현실을 들며 징계 취소, 의무형기숙사 미실시, 학부 단위 미이전, 의사결정 참여 등 학생요구가 관철될 경우 점거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찬성(35표)보다 반대(44표) 의견이 많아 최종적으로 채택이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은 전학대회가 다시 열릴 3월까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애초 총학생회 최고의결기구인 전체학생총회에서 점거농성이 결정된 만큼 이를 취소하려면, 최소 총회가 열리지 못할 때 최고결정권이 주어지는 전학대회에서 해제안이 의결돼야 한다는 게 학생들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시작된 점거는 10일로 124일째다.
지난달 27일 징계절차 중단 등 대타협안을 제시했던 학교 측도 신학기까지 본관 점거를 마무리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학교 관계자는 “교수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교섭안이 부결된 점이 못내 아쉽다”면서도 “점차 대화에 나서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국(법학전문대학원), 서이종(사회학과) 등 서울대 교수 640명은 8일 본관 점거를 해제하라는 호소문을 냈다.
서울대는 2007년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고 2009년 경기 시흥시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관련 실시협약은 작년 맺어졌다. 학생들은 학교가 시흥캠퍼스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시흥캠퍼스를 이용해 영리사업을 벌이려 한다고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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