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도덕적 기초
이언 샤피로 지음ㆍ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60쪽ㆍ1만5,000원
‘이게 나라냐.’ 계속 반복되는 질문이다. 뼈아프게 창피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라도 공개적으로 나와줘서 참으로 반가운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과 냉전의 경험으로 인해 절대 불변의 가치로 등극한 ‘애국’과 ‘충성’ 논리에 일정 정도 균열이 일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해서다. 애국과 충성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과연 어떤 국가여야지 나에게 충성과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이어서다.
미국 예일대 강의를 책으로 옮겨둔 세계적 정치학자 이언 샤피로는 기존의 정치이론들을 일별해나가면서, 아무리 불만족스러워도 결국 답은 민주주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설파한다. 민주주의가 안정적이고 확실해서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기에 그렇다는 역설까지. ‘포스트’ 시대 이후 놀림감으로 전락한 것이 계몽주의라지만, 개인의 권리를 위한 계몽주의적 기획은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그 기획은 결국 민주주의의 기획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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