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동 대학촌 원룸 밀집지 해마다 상승
대학은 신입생 위주 기숙사 운영
재학생 주거환경 갈수록 열악
개학을 앞두고 충남 천안지역 대학가 자취방 월세가 치솟아 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에 10만원 올랐는데 올해 또 10만원 올린다네요.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에 별 따기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9일 오후 만난 천안시내 사립대생 A(26)씨는 A씨는 하루 종일 학교주변 안서동 원룸촌을 샅샅이 뒤졌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금액의 자취방을 찾지 못했다. 집주인으로부터 지난해보다 방세를 올리겠다는 전화를 받고 원룸 20여 곳을 돌아보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곳과 월세가 비슷하거나 싼 곳은 없었다.
안서동은 단국대, 백석대, 상명대, 호서대 등 대학이 밀집한 지역이다. 학생수가 5만여명에 달해 전국의 동 단위로는 대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일대 100여동의 원룸 수요자 가운데 90% 이상이 대학생으로 방학 두 달을 뺀 10개월 치를 한꺼번에 내는 ‘연세’형태로 임대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11년 원룸 평균 연세는 330만원 선에 형성됐다. 그러나 올해는 4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신축원룸은 500만~550만원 선이다. 학생들은 임대료 이외에도 전기와 수도, 가스요금을 별도로 지불한다. 반면 각 대학의 기숙사는 2인실 기준 353만원 선으로 저렴하다. 기숙사가 교내에 있어 강의실 이동 등도 편리하다.
그러나 대학마다 기숙사의 절대 부족과 신입생 위주 입사생 선발로 상당수 재학생은 원룸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주변 월세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도 떠날 수 없는 입장이다. 안서동 일대를 벗어나면 걸어서 학교에 가기 힘들어 추가로 교통비를 부담해야하고, 시간도 빼앗기기 때문이다.
B학생은 “군대도 제대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 간간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방 값을 내고 있다”며 “월세 인상분만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한 곳을 더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C학생은 “신입생 때 살던 방을 다시 구하려 찾아갔는데 340만원 하던 방의 보증금이 400만원으로 올라 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하소연에도 원룸 임대업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물주는 “물가는 물론 보수비용도 덩달아 올라 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신축원룸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다보니 가전제품 등 비품비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대학 역시 기숙사 수용인원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입장이다. 기숙사 한 동 건축비가 수백억원씩 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안시는 지난해 12월 구 동남구청사 터에 164억원을 투입, 공공기숙사 건립에 나섰다. 2020년 1학기 개관 예정인 600명 수용규모의 ‘천안행복(연합)기숙사’는 민자기숙사보다 사용료를 20~30% 저렴하게 책정, 학생들의 주거비용을 경감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와 멀리 떨어져 교통비와 이동시간 소요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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