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춘 전 경주대 지질학과 교수
“유언비어ㆍ막연한 불안감이 혼란 가중
지진, 제대로 알고 바로 대처하는 자세 중요”
지난해 경주 지진 후 우리 사회 일각에선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황성춘(54ㆍ사진) 전 경주대 지질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지진에 대한 이해 부족인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진을 제대로 알고 바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내진공학을 전공한 지진 전문가다. 경주 지진의 특성과 대응책, 향후 전망 등을 들어 보았다.
_경주 지진의 성격은.
“경주 지진은 지각판 안에서 일어나는 단층지진으로, 지속 시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지각판이 충돌해 일어나는 지진과 달리 발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_일본의 일부 지진전문가들은 대지진 전초현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경주지진 당시 일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미확인 정보가 난무해 일부 주민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엄밀하게 말해 일본 지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층을 잘 모른다. 단층 자료도 일본처럼 정밀하지 않아 예측도 더욱 어렵다. 일본 지진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왜 자기나라의 후쿠시마 대지진, 고베 대지진 같은 것을 예측하지 못했나.”
_규모 7 이상 지진도 올 수 있다는 설이 있다.
“지진은 규모 5까지 약진, 6 이상은 강진으로 분류 하고, 5~6사이는 약진ㆍ강진으로 세분한다. 이번 경주지진은 상대적으로 약진으로 불 수 있다. 전형적인 단층지진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는 지각판 내부에 있는 만큼 규모 7 이상 지진발생은 희박하다. 다만 1960년 모로코 지진은 규모 5 정도의 약진이었지만 큰 피해가 났다. 제대로 된 지진교육과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
_경주 5.8지진 후 경주시 대책을 평가한다면.
“신속한 복구와 후속대책을 마련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어서 그런지 미비한 점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시가 중앙정부에 요구한 대책 중 국내 정치사정으로 답보상태여서 안타깝다. 경주 전역에 ‘경주는 안전하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지 말고, 다른 도시에 붙여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
_경주시가 어떻게 지진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한가.
“지진에 대해 보다 철저히 분석하고 학습해 지진에 강한 경주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이 잦은 곳이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강진이 일어나도 도시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경주도 지진연구소 설치, 지진 체험교육 및 체험관 설치, 지진 교육 강화, 원자력 발전소 및 방폐장의 투명한 운영ㆍ확인 절차 확립, 경주시에 부합하는 내진설계의 적용, 상시 지진대피 훈련 등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_지진 후 경주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경주 보분단지 관광객이 지진 후 70% 가량 줄었다고 한다. 인명피해도 없고, 전기 상하수도 도로 등이 다 멀쩡한데 왜 이런지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경주보다 훨씬 강한 지진이 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이집트, 일본 등과 비교하면 경주는 규모에 비해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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