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신곡 발표회서 “트로트 안 하면 어쩔 뻔” 너스레

가수 홍진영이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신한카드 판스퀘어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사랑한다 안한다'를 선보이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사랑의 배터리’ 처음 받았을 때 울었거든요.”

가수 홍진영은 자신의 이름을 알린 히트곡 ‘사랑의 배터리’(2009)를 두고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라” 처음엔 부르고 싶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곡 제목으로 쓰인 배터리란 단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여서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홍진영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연 신곡 ‘사랑한다 안 한다’ 발표 행사에서 털어놓은 추억이다.

홍진영은 2007년 그룹 스완 멤버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스물 둘이 되던 해의 일이다. 6개월도 안 돼 그룹 활동을 접고 트로트 가수 제안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다. 또래 젊은 가수들처럼 세련된 발라드 장르나 트렌디한 댄스 곡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땐 저도 어려서 ‘트로트 같은 건 취급 안 한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었거든요. ‘그래도 걸그룹했는데’란 생각이 있었던 거죠.”

홍진영의 마음 고생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른 ‘사랑의 배터리’는 바로 ‘대박’이 났다. 이 곡으로 홍진영은 트로트계에서 ‘제2의 장윤정’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후속 곡 ‘내사랑’(2010)이 연이어 성공해 그의 입지는 더욱 넓어졌다. 인생 역전이 따로 없다. 홍진영은 “정말 트로트를 안 부르면 어쩔 뻔 했느냐”며 “(트로트 가수)하길 정말 잘 한 거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트로트 가수로 8년 동안 활동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장윤정 언니랑 박현빈 선배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길을 닦아줘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그걸 이어서 저도 누군가에 ‘길’이 되고 싶어요.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폭 넓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요.”

가수 홍진영이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신한카드 판스퀘어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사랑한다 안 한다'를 선보이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홍진영은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줄 몰랐다”며 데뷔 10주년을 낯설어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며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많은 분이 처음부터 제가 잘 됐다고 여기지만, 데뷔해선 예능프로그램에서 말 한마디 못 했어요. 신인이어서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죠. 방송에서 편집되지 않으려 일부러 독하게 보이려 했죠.”

홍진영은 이날 공개한 신곡 ‘사랑 한다 안 한다’로 엠넷 뮤직 등에서 잠시 음원 차트 1위를 하기도 했다. 1년에 한 번씩 신곡을 냈다는 그가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기는 처음이다. ‘사랑 한다 안 한다’는 사랑에 빠진 여자가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며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잔잔한 분위기의 트로트 곡이다. 홍진영이 신곡을 선보이기는 지난해 3월 ‘엄치척’을 낸 뒤 11개월 만이다. 홍진영이 낸 신곡은 영화 ‘조작된 도시’ OST로 기획됐다. 액션 추리물 장르의 영화에 트로트 곡이 쓰이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홍진영은 “감독님께서 러브콜이 와 OST를 부르게 됐다”며 “내 목소리 톤을 좋게 봐 주신 것 같다”고 수줍어했다. ‘조작된 도시’의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로 유명한 박광현이다.

홍진영은 트로트 ‘한 우물’을 계속 팔 계획이다. 그는 “트로트계에서 아직 막내”라며 “존경하는 선배들이 많아서 공부하고 배울 게 많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트로트를 제대로 알려면 마흔은 넘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웃기도 했다.

홍진영은 이날 데뷔 후 처음으로 신곡 발표 행사를 열었다. 트로트 가수가 공연장을 빌려 신곡 홍보 행사를 여는 일은 매우 보기 드물다.

방송에서 ‘흥부자’로 통하는 트로트 가수의 쇼케이스엔 ‘추억’이 흘렀다. 홍진영은 “앞으로 브라운관(TV가 아닌)을 통해 많이 찾아 뵙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쇼케이스의 진행을 맡은 MC 딩동은 “띄워 드리겠다”며 홍진영의 신곡을 소개해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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