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겐 순발력도 ‘스펙’이다. 잠룡들이 ‘악플’을 만났을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뽑은 악플더미를 내밀었다. 그 중 한 악플. “누가 그러더군 유승민은 가진 게 딸밖에 없다고.” 지난 해 4ㆍ13 총선 선거운동 때 예쁜 얼굴이 화제가 된 딸 유담씨 얘기였다. 유 의원의 답변은 이랬다. “저 아들도 있습니다~.” “유승민은 싫은데 얼굴을 귀엽다”는 선플인지, 악플인지 모를 의견에는 “얼굴이 귀엽다라는 말씀은 고마운데, 저 왜 싫죠?”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저를 좀 더 잘 알면 좋아하게 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칼퇴근법’도 도마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직장생활 밑바닥부터 안 해본 ‘금수저’ 출신이 공약으로 낸 칼퇴근법? 입에서 욕 나온다”며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표현했다. 유 의원은 “군대에서 졸병생활 다 해봤고, 직장생활도 바닥부터 해봤다”고 항변했다. 그러더니 “저보고 금수저라고 그러시는데, 뭐 금수저인 측면도 있다”며 “크게 부인하진 않겠다”고 ‘쿨한’ 한마디를 더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다 겪은 시련 얘기가 빠질 리 없다. 세간에는 “박 대통령에게 핍박을 받은 것 외에 스스로 이룬 정치 자산이 대체 무엇이냐”는 비판 여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총선 당시에는 ‘비련의 호위무사 코스프레’로 인기몰이 했던 거 기억함”이란 악플이 그런 맥락이다. 이 대목에서 유 의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여러분도 한 번 당해보십시오. 그… 되게 고통스럽습니다.”
“배신의 아이콘이다”란 악플에는 “두려운 건 오직 국민뿐”이라는 평소 신념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권력자한테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옳은 소리 하고, 할 말을 하는 게 배신이라면 그런 배신은 앞으로도 계속하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영상=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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