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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5000원짜리 생리컵, 생생 직구 체험기

입력
2017.02.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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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경시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는 도구로 ‘생리컵’이 주목 받고 있다. 생리컵을 사용해본 여성들은 온라인에 ‘굴 낳는 느낌에서 해방될 수 있다’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등의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화제가 되고 있는 생리컵을 직접 착용해보고 솔직한 체험기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체험은 평소 생리컵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인턴PD가 직접 구입해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달 직접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해서 사용해 본 소감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했다. 생리컵 사용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감 없는 생생한 사용기가 선택의 고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리컵을 찾다

커뮤니티와 트위터에 생리컵이 좋다는 글이 자주 보였다. 사볼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보통 1개에 2,3만원. 좋아하는 연예인의 ‘굿즈’(Goods, 캐릭터 상품)라면 “엄청나게 싼데?” 했겠지만, 샀다가 실패할 수도 있는 물건이라 쉽게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5달러 가량하는 생리컵을 발견했다. 게다가 밸브형이다. 컵을 넣었다 빼는 수고를 덜게 해주는 밸브형 생리컵은 인류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약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내 생애 첫 생리컵을 구매하게 됐다.

생리컵과 마주하다

온라인 글들을 보면 생리컵 직구 해외배송이 최소 2주에서 심하면 두 달 정도 걸려 도착한다고 한다. 다행히 내 생리컵은 3주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손바닥 크기의 소포가 왔다. 뜯어보니 너무 촌스러워서 화를 내고 싶은 진달래색 실크 파우치, 여분의 밸브, 그리고 생리컵이 나왔다. 파우치는 굉장히 별로였다. 색깔만 별로인 줄 알았는데 질도 그랬다. 컵을 넣었다 빼면 진달래색 실이 딸려 나온다. 웬만하면 마감이 잘 되어있는 다른 파우치를 찾아서 넣고 다녀야겠다. 내심 밸브가 잘 작동할까 걱정했었는데 물을 넣고 밸브를 잠가보니 물이 하나도 안 샜다. 설렜다. 빨리 생리가 오길 바라는 내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생리를 기다리게 되다니! 어서 생리컵을 제대로 써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D+1, 생리컵 사용 첫 날

긴장이 돼서 손을 몇 번이고 씻어야 했다. 인터넷에서 본 ‘펀치다운’ 방법을 사용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들어갔다. 이미 탐폰을 써본 터라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생리컵을 쓰기 전에 탐폰부터 먼저 써보기를 권유한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비싼 돈 주고 생리컵 샀다가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파국을 맞이하게 될 테니.

처음치고는 괜찮았다. 생각보다 잘 들어가서 살짝 놀랐다. 탐폰보다 크니까 더 깊게 들어가는 게 맞겠지. 간혹 탄성이 좋지 않은 생리컵이 안에서 펴지지 않고 구겨진 채로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손가락을 넣고 생리컵 둘레를 쭉 만지면서 펴야 한다고 했다. 혹시 몰라 생리컵 둘레를 만져봤으나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내 새끼는 당당한 모습으로 쫙 펴져 있었다. 녀석.

넣었으니 이제 빼봐야겠지. 머뭇거리지 않고 생리컵을 바로 잡아 뺐다. 그리고 내 멘탈도 같이 빠졌다. 실패. 넌 실패했다. 밑이 빠지는 느낌이 뭔지 아주 잘 알겠더라. 마치 뚫어뻥으로 잡아당기는 느낌.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종 모양이면서 종소리는 쥐뿔도 나지 않는 이 컵 때문에.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손가락을 넣었다. 생리컵을 달래듯 둘레를 쭉 만지면서 슬쩍 눌러봤지만 그래도 아팠다. 손가락을 더 깊이 넣어서 생리컵 맨 윗부분을 만져 보았다. 아직도 질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요놈 때문에 내가 방금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할 뻔 했단 말이지. 일단 밸브가 막혀있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밸브를 열고 다급한 손길로 공기를 빼냈으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생리컵 윗부분의 진공상태를 빼내려고 중간부분을 살짝 눌렀다. 윗부분이 떨어졌다. 살짝 아팠으나 그래도 참을 만 했다. 조심스레 밑으로 빼냈다. 내일의 고통을 기약하며 아까 연습한 대로 넣고 잠들기로 했다. 생리컵과의 첫날밤이다.

D+2, 생리컵 사용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서 생리컵을 빼봤다. 고작 이튿날이지만 깨달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우선 깊이 넣는 게 좋다는 것. 처음엔 너무 깊이 넣었다가 나중에 못 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몇 번 착용해보니 너무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더라. 깊이 넣지 않으면 몸에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빠져 나오고 컵 꼭지가 살을 찔러서 불편하다. 아예 안쪽으로 깊숙이 넣어야 나도 편하고 생리컵도 편하고 질도 편하다.

예상치 못한 깨달음은 또 있었다. 손톱을 잘라야겠다는 것. 생리컵을 넣을 때 살도 같이 눌릴 수 있는데, 손톱이 길면 아프다. 다행히 생리컵과 함께하는 두 번째 날은 편안했다. 그렇게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D+3, 생리컵 사용 사흘째

일어나자마자 확인했지만 침대에 하나도 묻지 않았다. 혹시 몰라 착용한 팬티라이너에도 핏자국은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화장실에 가서 밸브를 열어보니 아무런 느낌도 없이 피가 쭉 빠져 나왔다. 하지만 밸브를 열기 위해선 안에 깊숙하게 들어가 있던 생리컵을 바깥으로 살짝 빼야 하기 때문에 결국엔 손을 넣어야 했다. 피를 버리는 과정은 훨씬 쉬울지 몰라도 손에 피를 묻히거나 밖에서 질에 손 넣고 싶지 않아서 밸브형 생리컵을 산 나로서는 좀 아쉬웠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흐르는 듯한 느낌. 결국 지하철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속옷을 벗어보니 온통 피바다였다. ‘월간 피바다’라는 이름답게 생리는 내게 피바다를 선물했다. 우리집 화장실도 아닌 낯설고 더러운 화장실에서 어정쩡하게 엉덩이를 들고 앉아 피바다를 보고 있으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깨끗하게 닦았지만 이미 벽을 짚고 문고리를 만져 우리집 변기보다 더러울 손 상태를 감안해 휴지로 생리컵 꼭지를 잡고 피를 뺐다. 다행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왔던 생리대가 있어 참사를 면했다.

아직 생리컵을 얼마나 깊숙하게 넣고 어느 방향으로 넣어야 좋은지 잘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값싼 제품을 사서 그런가? 그렇게 싼 것만 찾다가 인생이 피바다가 될 거라는 삶의 교훈을 주려는 신의 의도인 걸까. 생리컵 후기들을 보면 자신에게 맞는 생리컵을 찾기 위해 서너 개의 컵들을 거쳐 영혼의 짝꿍컵을 찾곤 하던데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들 나오는지. 벌써부터 탐폰이 그리워진다.

고민만 하다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생리컵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드디어 이전과 다르게 뭔가 쏙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태까지 “자, 여기 머무르는 거다. 알겠냐고! 나오면 안돼!” 하며 생리컵을 어르고 달래 얼추 자리를 잡아놓았다면 이번엔 생리컵이 마치 자석처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감이 아주 조금 생겼다.

D+4, 생리컵과의 마지막 날 (feat. 설날)

어제 자기 전 겨우 화해한 생리컵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 예상대로 1도 새지 않았다. 희희. 기분이 업(Up)됐다. 그리고 곧 다운(Down)됐다. 어젯밤 찾았던 그 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문을 나서면 짐을 싸고 바로 민족대이동에 합류해야 하는데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뭐 다른 수가 없었다. 어제처럼 흡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평소와 같이 생리컵 위치를 잡았다. 급 자신감이 붙어서 객기를 부렸다. 혹시 샐까봐 착용하던 생리대를 떼기로 한 것이다! 걱정은 자연 그대로의 속옷을 입으며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상쾌한 마음 그대로 나는 4시간 정도 자동차 뒷자석에 박혀 있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렇게 나흘 차가 성공적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할머니댁에 도착해서 차 문을 열고 내리는데 왠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또 찾아왔다. 최대한 큰 동작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화장실로 향했다. 샜다. 전처럼 바다는 아니었으나 얼룩진 속옷처럼 내 마음도 얼룩졌다. 벌써 3번째 생리컵에게 차인 기분이었다. 생리대를 꺼내 붙이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생리컵을 착용했다. 가족들과 TV를 보며 명절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갑자기 질 안 쪽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났다.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오만상을 쓰며 화장실로 향했다. 할머니 댁에서 생리컵을 소독하는 진풍경은 펼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생리컵을 고이 파우치에게 돌려줬다. 이렇게 내 생애 첫 번째 생리컵 체험이 끝났다.

총평 ★★★☆☆ / 생각보다 편했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

이번 생리가 끝나고 다신 보지 않을 것처럼 생리컵을 방치했다. 탐폰을 믿었던 만큼 난 내 생리컵도 믿었기에 약간의 배신감이 들어서였다. 어찌됐든 완벽한 생리기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피가 샜다는 것. 가장 작은 사이즈의 생리컵을 사놓고 왜 피가 샐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인지 한심했다.

그것만 아니면 사실 괜찮았다. 사용 전에는 컵이 커서 안 들어가지 않을까,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갖고 다니기 불편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가혹한 일주일을 안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질척거리는 구여친이 된 마냥 여전히 생리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다. 생리컵으로 인생승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생리컵을 흉물스러운 존재로 보는 주변인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은 이유도 물론 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생리통. 예전에는 생리 중이라는 것도 잊을 만큼 아무 감각이 없었는데 요즘은 생리통 때문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생리통도 내가 생리컵에 매달리는 이유다. 처음이었으니 그래도 다음엔 좀 더 낫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나에게 맞는 영혼의 짝궁컵을 찾아서 정착하고 싶다.

부록 1. 생리컵 고르기

생리컵을 살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생리컵의 크기와 자궁 경부의 길이, 그리고 탄성이다. 국내에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해외 사이트에 나와 있는 정보를 모아서 정리해 봤다.

생리컵 사이즈 고르기

생리컵도 사이즈마다 크기가 다르다. 남성의 성기가 그렇듯 여성의 질도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리혈의 양도 사람마다 다르다. 생리컵의 크기는 질과 생리혈의 양에 따라서 결정된다. 보통 생리컵 회사에서는 30세 미만이나 출산경험이 없다면 작은 사이즈, 그렇지 않다면 큰 사이즈의 생리컵을 권장하지만 출산경험이 없어도 질의 크기가 큰 사람도 있고 성경험이 많아도 질이 작은 사람이 있는 법. 만약 본인의 질 크기가 어떤지 모르겠다면 생리혈 양에 따라 생리컵을 고르면 된다. 몇몇 생리컵 사용자들은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의 생리컵을 모두 구비해 두고, 양이 많은 초반에는 큰 것을 쓰고 양이 적어질 즈음엔 작은 것을 쓰기도 한다. 이걸로는 애매하다는 사람들을 위해 자세한 생리컵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자궁 경부의 높이를 재 보자 폴짝

생리컵을 넣어야 하는데, 꼬리 길이도 크기도 다 다르다. 그렇다면 컵을 넣을 공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재 봐야 하는 건 기본적인 상식. 어떻게 재냐고? 손가락을 사용하도록 하자.

검지나 중지 손가락을 질 내부 끝까지 넣어 손가락 마디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체크한다. 손가락이 두 마디 이상 또는 거의 다 들어간다면 자궁경부의 길이가 높은 편이니 길이가 긴 생리컵을 고르면 된다. 반대로 손가락이 두 마디 이하로 들어간다면 자궁경부 길이가 낮은 거니까 길이가 짧은 생리컵을 고르면 된다.

탄성

생리컵 브랜드마다 부드럽고 단단한 정도가 다르다. 부드러우면 접기엔 편하지만 질 안에서 컵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고, 단단하면 컵이 잘 펴지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불편할 수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부록 2.

컵 소독

소독은 중요하지만 귀찮았다. 온라인에서 끓는 물을 생리컵에 부어 소독해야 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였다. 끓는 물로 생리컵을 소독한다는 내 말에 엄마는 냄비에 삶는 방법을 권했다. 하지만 냄비를 잘못 고르면 생리컵이 냄비 바닥에 붙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품기 사이에 생리컵을 끼워놓고 냄비에 넣어 살균하면 좋다는 후기도 있었다. 생리가 끝나면 다음 달까지 보관은 어찌해야 하나 찾아보니 물과 식초를 9:1 비율로 섞어서 생리컵을 뽀득뽀득 씻고 파우치에 보관하면 된다고 한다.

몇 일만에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도자기 재질의 컵에 넣은 생리컵이 가득 잠기도록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물을 데워 소독했다. 대략 2분 정도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된다. 어느덧 생리컵 전문가가 된 듯 뿌듯했다.

박지완 인턴PD

박고은 PD rhdms@hankookilbo.com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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