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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휴대폰 출고가? 판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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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휴대폰 출고가? 판매가?

입력
2017.02.09 18:52
수정
2017.02.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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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8층에 휴대폰 판매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출고가와 일선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비자가격이 차이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휴대폰만 사서 매달 20%씩 요금 할인을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구입 기종에 따라 새로 요금제에 가입해 휴대폰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기존 요금제를 사용하며 요금 할인을 받는 것이 이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휴대폰만 사는 사람이 늘고 있지요.

그런데 휴대폰을 사려고 매장을 돌아다녀보면 가격이 제각각 입니다. 휴대폰은 따로 정해진 권장소비자 가격이 없을까?

이동통신업체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각 이통사 홈페이지에서 제품별로 검색해 보니 권장소비자가 가격은 보이지 않고 출고가라는 것이 보입니다. 아이폰7 128GB 99만9,900원, 갤럭시S7 64GB 88만원, V20 64GB 89만9,800원.

이통사는 달라도 액수가 동일하다보니 소비자들이 휴대폰 출고가를 사실상 휴대폰의 권장 소비자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은 출고가대로 휴대폰을 팔 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7 128GB의 경우 이통 3사 모두 출고가격이 99만9,900원이지만 시중 매장에서는 105만~110만원까지 높여 부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1.휴대폰 출고가는 최종 판매가격이 아니다

이유를 알려면 휴대폰 출고가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이통사 및 제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출고가는 엄밀히 말해서 도매가격입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출고가는 최종 소비자 가격이 아니다”라며 “이통사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제공하는 도매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도 “출고가는 제조사 또는 이통사 창고에서 대리점이나 판매점으로 공급하는 가격, 창고에서 나가는 가격이란 뜻”이라며 “이를 소비자 가격으로 생각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고가는 다시 말해 이통사가 제조사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뒤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넘기는 가격입니다. 즉 최종 소비자가격이 아닙니다. 여기에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은 자체 이윤을 붙여 판매합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게 되죠.

정부도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르는 휴대폰 출고가격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과정과 출고가의 정체를 모르다 보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소비자 가격을 정해 놓으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상 소비자가격을 정해 놓을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격을 정해 놓으면 시장에서 더 싸게 팔 수 있는 경쟁을 제한하게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소비재 제조사들은 판매할 때 기준으로 삼도록 권장 소비자가격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을 붙여 내보냅니다.

2.휴대폰은 권장 소비자가격이 없다

그러나 휴대폰은 권장 소비자가격이 따로 없습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신제품을 발표할 때 권장 소비자가격이 아닌 ‘90만원대’ 식으로 대략적인 출고가를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당연히 출고가를 권장 소비자가격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휴대폰 출고가의 또 다른 맹점은 다른 소비재의 권장 소비자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점입니다. 통상 과자나 음료수처럼 다른 소비재들은 판매 가격을 권장 소비자가격보다 높여 받지 않습니다. 물론 소매상에서 권장 소비자가격보다 비싸게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제품을 팔 수 없을 겁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휴대폰은 출고가보다 판매가격이 비쌉니다. 일반적인 다른 소비재들의 권장 소비자가격과 반대입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사면서 ‘비싸게 샀다’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3.정부, 혼선 빚는 휴대폰 출고가격 재검토 예정

결과적으로 이런 가격 구조라면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현명한 소비를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과연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을 요구하는 이런 구조가 옳은 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앞으로 휴대폰 구입 시 보조금보다 요금 할인을 받는 이용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외산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지 않거나 외산폰을 선택한다면 보조금보다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죠.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무 부처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불법 보조금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 출고가격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출고가보다 비싸게 파는 것이 불법이 아닌 만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소비자의 복리후생 관점에서 보면 판매점들이 알아서 하라고 치부할 문제는 분명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출고가격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다”며 “부처 협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 보겠다”고 합니다. 정부도 대책 마련을 하겠다는 얘기죠.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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