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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 옹호 ‘인종주의자’ 美 법무장관 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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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 옹호 ‘인종주의자’ 美 법무장관 인준

입력
2017.02.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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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신봉 공직 부적격 판정받은

트럼프 각료 중 가장 문제적 인물

공화당 사실상 ‘당론 투표’ 강행

민주당 워런 의원 인준청문회서

세션스 비판하다 발언권 빼앗겨

反트럼프 저항 아이콘으로 부상

각료 인준 13명 남아 ‘산넘어 산’

정치 대립·행정부 무기력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에 지명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8일 의회에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에 지명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8일 의회에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째를 보내고 있지만 내각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미국사회를 분열시킨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으로 여야가 격하게 충돌해 내각 인준이 이전 정권들에 비해 크게 늦어지면서 의회와 행정부 모두 무기력한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인종주의자로 지탄받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가 가까스로 의회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장관급 인사 21명 중 인준을 거쳐 직무 수행이 확정된 지명자는 고작 8명. 취임 20여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반환점조차 돌지 못한 셈이다. 갈등만 부추기는 외곬 인사 탓에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서 미 정치권의 퇴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세션스 지명자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2표,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석이 52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당론 투표’로 인준안 가결을 밀어부친 것이다. 세션스 장관은 인준 확정 뒤 “최선을 다해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세션스는 논란투성이인 트럼프 행정부 각료 후보 중에서도 가장 문제적 인물로 꼽힌다. 그 앞에는 인종차별, 반인권ㆍ이민, 낙태ㆍ동성결혼 금지 등 극우가치를 대변하는 온갖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세션스는 1985년 앨러배마주 법무장관 시절 미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CCP)’를 “공산주의에 경도된 단체”로 매도하는가 하면, 이듬해 백인우월주의 조직 ‘쿠 클럭스 클랜(KKK)’을 옹호하다 연방판사 인준이 거부돼 공직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97년 상원의원으로 변신한 뒤에도 국경장벽 설치 등을 주장하며 이민개혁 반대의 선봉에 섰다.

그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한 공화당 1호 의원이기도 했다. 때문에 반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등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럼프 정책의 설계자가 세션스라는 설이 파다하다.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지적 대부(Intellectual Godfather)’라 할 수 있다”고 평했을 정도다.

당연히 인준 과정은 험난했다. 인권단체는 물론, 야당인 민주당의 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7일 인준청문회에서 세션스를 비판하다 다수당인 공화당으로부터 발언권을 빼앗겼다. 워런 의원이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가 86년 당시 상원에 보낸 세션스 비난 편지를 낭독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자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돌연 “동료의원을 비난할 수 없다”는 상원 토론규칙(19조)을 내세워 워런 의원에 대한 함구령을 표결에 부쳤고 끝내 관철시켰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강경 대응은 정치권의 갈등 수위만 높인 자충수가 됐다. 이 사건 이후 워런 의원은 트럼프 정권에 맞설 ‘인권 영웅’ ‘저항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워런의 마이크를 빼앗아 메가폰을 쥐어준 꼴”이라고 논평했다. 워런 의원은 “공화당은 나에게 입을 다물라 했지만 우리는 말할 권리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내각 인준은 산넘어 산이다. 세션스의 장관직 수행이 겨우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각료 후보 13명이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는 민주당이 인선 당시 칼날 검증을 예고한 톰 프라이스(보건) 스티븐 므누신(재무) 앤드루 퍼즈더(노동) 스콧 프루잇(환경보호청장) 지명자도 있어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할 것을 보인다. 당장 10일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프라이스 보건장관 인준 표결부터 양측이 거세게 격돌할 경우 민생 법안의 존속 여부는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영국 BBC는 “이대로라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역사상 내각 구성을 완료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소요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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