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브래디(40ㆍ미국), 로저 페더러(37ㆍ스위스), 서리나 윌리엄스(37ㆍ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37ㆍ스페인)까지, 국적도 종목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는 노익장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 챔피언에 오르면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격언을, 그것도 치열한 프로무대 위에서 몸소 증명하고 있다.
미 프로풋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는 불혹의 나이에 통산 5번째 슈퍼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지난 6일 휴스턴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 애틀란타 팰컨스를 맞아 25점차 대역전극을 이끌며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이로는 제50회 슈퍼볼에서 우승해 쿼터백 최고령 우승 기록(40세)을 세운 ‘NFL’의 전설 페이튼 매닝에 이어 두번째다. 매닝은 슈퍼볼 무대를 끝으로 은퇴했지만, 브래디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슈퍼볼 경기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세계는 로저 페더러의 정상탈환으로 온종일 떠들썩했다. 호주오픈 개막 당시만 해도 페더러의 우승을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40년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35세 이상의 선수가 우승한 경우가 없었고, 페더러도 2012년 윔블던을 끝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부상탓에 지난해 하반기를 통째로 쉬기도 했다. 랭킹은 17위까지 떨어졌다. 위대한 선수였지만, 그의 명성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페더러는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라이벌 라파엘 나달을 꺾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냈다. 남자 단식 18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서리나 윌리엄스도 같은 대회 여자 단식 경기에서 친언니 비너스를 누르고 정상에 올라 메이저대회에서 23번째 우승 기록을 세우며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기록(마거릿 코트ㆍ24회)에 바짝 다가갔다. 노장 선수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플로리다 팬서스의 야로미르 야거(체코)는 46세이지만 여전히 팀의 주전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NHL 역대 최다 포인트 기록 단독 2위에 오르기도 했다.
9일(한국시간) CNN은 ‘스포츠 노익장’이 과학기술 발달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러트거스 대학의 건강인간 행동센터 소장 숀 아렌트는 “과학과 운동기술의 발달이 스타운동 선수들의 훈련 방식을 바꾸고, 각 종목을 지배하는 선수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령(old)의 기준이 종목마다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기량이 전성기에 오르는 시점은 각 종목이 주로 요구하는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단거리 달리기와 같이 폭발적인 힘을 요구하는 종목에서는 어린 나이에 기량이 정상에 오른다. 아렌트는 30세 이후에는 신체의 다른 요소보다 근육량이 빠르게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의 경우, 선수는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더 우수한 기량을 뽐낼 수 있다.
아렌트는 “열심히 훈련하지 말고, ‘똑똑하게’훈련해야 한다”며 훈련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별 데이터를 훈련에 활용한다면 선수의 이론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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