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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극우 르펜 밀기 佛대선도 개입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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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극우 르펜 밀기 佛대선도 개입 정황”

입력
2017.02.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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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통해 경쟁후보 약점 공개 등

美대선 개입과 유사 방식 예상

“마크롱 후보, 동성애·미국 요원”

러 관영언론도 편파적 보도 시작

르펜은 “크림 반도 원래 러 영토”

노골적인 친러 발언으로 화답

마린 르펜(왼쪽)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ㆍTASS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린 르펜(왼쪽)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ㆍTASS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대선에 이어 프랑스 대선에도 ‘러시아 사이버공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프랑스 정보기관이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밀기 위한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을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쟁자인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에마뉘엘 마크롱 전진당(앙 마르슈) 후보를 향한 공격적인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친(親)러시아ㆍ반(反)유럽연합(EU) 성향인 르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러시아가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돌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방부 산하 대외안보총국(DGSE)이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전방위 ‘사이버공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에 의하면 DGSE는 러시아가 봇(botㆍ게시글 자동 업로드 프로그램)을 활용해 르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인터넷에 대거 배포하고, 경쟁 후보들을 향해서는 이메일 해킹 등으로 불리한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장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비슷한 상황이 프랑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DGSE의 경고를 공식 확인한 바는 없지만 정황은 러시아의 르펜 지원사격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위키리크스는 르펜 후보의 유력 경쟁자인 피용 후보와 마크롱 후보를 겨냥한 문서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홍보 중이다. 러시아 관영언론은 특히 각종 스캔들로 피용의 지지율이 추락하자 마크롱을 향한 집중공격에 나섰다. 친정부 언론인 드미트리 키셀료프는 ‘로시야 세고드냐(러시아의 오늘)’ 방송에서 “마크롱이 비밀리에 동성 애인을 두고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과도 연결고리가 있고, 미국 금융자본을 위한 로비활동을 벌인 ‘미국 요원’이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펜도 이에 화답하듯 연일 노골적인 친러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CNN 수석국제특파원 크리스티안 아만포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르펜은 “크림반도 침공은 없었다”며 “그 땅은 오래 전부터 러시아 영토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EU 주류의 시각과는 정면 배치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계기로 EU의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대(對)러시아 제재조치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스는 이미 러시아의 선거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계한 바 있다. 장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은 지난달 8일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을 향한 러시아의 개입설을 거론하며 “미래에서 교훈을 얻겠다”고 발언했다. 드리앙 장관은 “지난해만 2만4,000건의 국방부 침투 시도를 막아냈다”며 사이버전력 강화를 위해 2019년까지 ‘사이버전사’를 2배로 늘리고 전문가를 대거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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