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청, 일본서 2마리 수입
항공기 대신 선박 장시간 이송
육로 운반 때도 진동 스트레스
“수족관 전시는 시대착오” 비난
울산 남구청이 9일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 돌고래 2마리의 수입을 강행했다. 환경·동물보호단체들은 부산항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돌고래 수족관 전시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생태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4, 5세 암컷 큰돌고래 2마리는 전날 오전 7시 일본 다이지를 출발해 이날 오전 10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왔다. 이어 트럭에 옮겨져 오후 1시45분쯤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도착했다. 수입된 돌고래들은 당분간 고래생태체험관 옆 보조풀장에서 적응한 뒤 수족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돌고래 수입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울산 남구청과 남구도시관리공단,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돌고래의 안전한 수송을 내세우며 모든 수입 일정과 경로를 철저히 함구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동물학대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며 “국내외 관계자들을 통해 이동경로를 추적해서 알아냈다”고 말했다.
동물·환경단체들은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행위는 고래 쇼를 폐지하고 돌고래를 방사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포획 방법이 무자비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다이지 돌고래를 정부가 나서서 들여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관련 단체들의 주장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다이지 돌고래 수입을 신청하고 허가해준 울산 남구청, 해양수산부, 환경부는 모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데, 국가위상과 국민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비윤리적으로 잡힌 다이지 돌고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마저 WAZA에 잔류하기 위해 2015년 ‘몰아잡이’ 형태로 포획한 돌고래는 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송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체험관은 2009년 4마리, 2012년 2마리의 다이지 돌고래를 수입하면서 모두 항공편을 이용했다. 당시 이동시간은 25시간으로 이번에 소요된 31시간보다 짧았다. 체험관 측은 해상과 육로 이송을 통해 항공기 진동이나 중력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無)진동 차량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돌고래 이송 과정을 추적한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운반 트럭이 심하게 흔들려 돌고래가 진동과 소음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해상 운송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항공 운송비용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세계 첫 방류를 통해 마련한 돌고래 보전정책을 대폭 후퇴시킨 것”이라며 “먼저 현재 국내 수족관 등에 사는 돌고래 복지를 위해 유럽연합처럼 수조 기준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돌고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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