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한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주의에 맞설 진영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중국산 태양전지판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폐지키로 한 유럽연합(EU)이 첫 대상이다. 중국이 앞장서는 반 보호주의 진영의 대체적인 윤곽은 5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9일 EU가 중국산 태양전지판에 부과해온 반덤핑관세를 18개월 후부터 폐지하기로 한 결정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또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범 세계적으로 중국과 손잡고 보호무역주의에 반격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한 사실도 적극 부각시켰다.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특히 중국과 EU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에 맞서 공동행보에 나설 가능성에 집중됐다. 신화통신은 “EU가 중국의 자유무역 확대 의지를 지지하고 다자협력을 지원키로 했다”고 강조했고, 환구시보는 “중국과 EU 간 치열했던 통상분쟁 중 하나가 끝남으로써 양측은 협력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강화에 맞서 독일을 비롯한 EU와의 협력을 우선 과제로 여겨왔다. 교역 비중이 크고 수출 경쟁력이 강한데다 정치적 무게감도 커서 반트럼프 연합 구축에 있어 최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EU의 이번 조치를 두고 유럽 현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EU와 중국 간 연합전선 구축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오는 5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할 제1차 일대일로 참가국 정상회의에도 한껏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다시 한번 자유무역 확대를 강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자리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 개선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을 대거 초청했다. 우군을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려는 중국 입장에선 자국의 입김이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진용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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