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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빌 게이츠에 퇴짜 맞은 리버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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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빌 게이츠에 퇴짜 맞은 리버풀, 외롭지 않다

입력
2017.02.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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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성적인 리버풀 팬들/사진=리버풀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당신은 혼자 걷지 않으리(You'll Never Walk Alone)"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함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리버풀FC의 상징 문구다. 원래 1945년 뮤지컬 '회전목마'에 나오는 노래 제목인데 뮤지컬에서 주인공이 죽었을 때 그의 아이를 임신한 여주인공을 위해 부르는 곡이다. 나중에 주인공의 딸이 졸업할 때 졸업반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후 이 노래는 수없이 리메이크가 된다. 영국에서는 항구도시 리버풀의 음악 그룹 게리 앤 페이스메이커가 음반으로 냈고 이것을 리버풀 서포터들이 축구 경기 중 응원가로 자주 사용하면서 언제부턴가 리버풀의 공식 엠블럼에도 'You'll Never Walk Alone'이란 문구가 달리게 됐다.

붉은 제국 리버풀은 EPL 개편 전까지 최다 우승(18회)의 지위를 누린 역사와 전통의 축구 클럽이다. 잉글랜드 클럽 중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가장 많이 석권(5회)했고 록밴드 비틀즈의 향수가 서려 있다.

최근 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1892년 창단한 리버풀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대표 명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런 역사와 전통의 리버풀이 구단주를 찾지 못해 약 7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게마저 퇴짜를 맞았단 사실은 아이러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대법원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한 ESPN F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월 리버풀의 소유주였던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가 거액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클럽 매각을 결정한 뒤 급히 인수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게이츠와 접촉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사실상 퇴짜를 맞은 셈이다. 게이츠로부터 함께 걷기를 거부당한 리버풀은 2010년 10월에서야 존 헨리가 이끄는 뉴잉글랜드 스포츠 벤처(현 펜웨이 스포츠 그룹)에 3억 파운드(약 4,300억원)의 가격으로 인수됐다.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붉은 제국 팬들에게는 리그 우승을 못하고 있는 지난 26년의 세월만큼 게이츠의 퇴짜가 언짢은 일이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게이츠보다 훨씬 열정적인 헨리라는 구단주를 얻었고 서서히 명가 재건(올 시즌 리그 5위)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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