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에서 아저씨들만의 제품이었던 ‘아재템’이 인기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실용적 멋을 추구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 아재템으로 꼽히는 등산복, 블루투스 이어폰, 발가락양말 등은 공통적으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젊은 세대들이 ‘멋’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허영·허세가 아닌 실용성을 따지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병관 광운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문제, 대학등록금 문제 등 먹고 살기 힘드니까 패션에 큰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어 좀 더 효율적인 아이템에 손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세대적 특성도 이런 바람에 한 몫 하고 있다. 아저씨들이 외양에 신경 쓰지 않고 실용적 목적으로 제품을 사는 것처럼, 젊은 세대들도 쓰기에 좋다면 ‘아저씨 제품’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혼밥(혼자 밥먹기)'이나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혼자서 생활을 즐기는 풍습과 같은 맥락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성 넘치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적 관례나 남의 눈치로부터 벗어나 그 동안 꺼렸던 아재템에 손을 뻗는 것”이라 말했다.
세대간 크로스 오버 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아재템을 소비하는 것 못지 않게 젊은이들의 유행에 영향을 받는 아저씨들도 적지 않다. 기성 세대들이 꼰대 이미지를 벗고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과 맞물려 젊은 세대들도 아저씨들의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사회 전반적으로 세대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오늘날 사회적 트렌드는 특정 연령에 얽매이지 않는 무연령성(Agelessness)”이라 규정하며 “과거에는 각 세대별로 주목을 끄는 코드가 뚜렷하게 달랐지만, 세대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것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좇으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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