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입시철마다 등장하는 ‘대학훌리건’(온라인 상에서 다른 대학을 비방ㆍ폄하하는 이들) 탓에 올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보 하나하나에 예민한 수험생들이 훌리건의 횡포에 악영향을 받는 데다 학생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딱히 대응 방안이 없어 고민이 깊다.
8일 각 대학ㆍ학생들에 따르면 수능 직후인 지난해 11월말 이후 숙명여대와 이화여대 학생 간에 대학훌리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숙명여대 평판을 묻는 수험생의 글에 A씨가 ‘강남구 B고등학교에선 꼴등이 아니고서야 숙명여대에 가지 않는다’는 취지의 폄하 댓글을 단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분노한 숙명여대 학생들은 A씨의 신상정보를 캐기 시작해 그가 이화여대 학생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A씨 신원과 사진을 학내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일부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을 비꼬아 이 학교 학생들을 ‘활라니’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 사과문을 냈지만 양측 학생들이 신상공개 문제와 과거 상대학교 훌리건에 의한 피해 등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갈등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측에 “관련 자료를 모을 테니 법적 대응을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까지 접수되는 상황이다.
다수 대학들은 이 같은 훌리건의 횡포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근절은 쉽지 않다. 훌리건의 온라인 활동을 일일이 점검하기 쉽지 않은 데다, 섣불리 강력 대응에 나설 경우 다른 대학과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은 탓이다. 실제 중앙대와 한양대는 2013년과 이듬해 대학훌리건 문제가 맞고소전으로까지 비화돼 곤욕을 치렀다.
숙명여대와 이화여대는 최근 사건을 비롯 훌리건이 촉발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또다른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학내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대응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이화여대는 이번 사건 외에도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입학ㆍ학사 비리 관련 훌리건 비방이 급증한 데 대해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온라인 악성 게시물 제보하기’ 메뉴를 신설하고 근거자료를 모으고 있다. 제보 메뉴가 훌리건의 또다른 활동 영역이 되지 않도록 이화여대 학생과 교수, 직원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내에서 법적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상처 받는 일은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도 “학생들의 요청사항을 정리해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감사실에 자문을 구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익명성 뒤에 숨어 다른 학교를 근거 없이 비방하면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학생 본연의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