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車 분야 불공평” 별러
‘경협 선물보따리’로도 안심 안 돼
정부 부처마다 정보수집 총력전
트럼프, 아베와 골프라운딩 예약
통상압박과 별도로 대접은 융숭
일본이 중국에 이어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국가로 확인되면서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후 연일 일본 자동차시장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환율조작으로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비판을 반복해온 가운데 양국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일 통상 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미 상무부가 7일 발표한 2016년도 무역통계에 따르면 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는 689억 3,800만 달러로 일본은 1위 중국(3,470억 달러)에 이어 미국에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안겨준 국가로 등재됐다. 특히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중 자동차분야는 526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 규모의 70%를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일본자동차는 미국에서 잘 팔리는데, 일본에서는 미국차 판매가 부진하다”며 “불공평하다”고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처럼 두 정상의 만남을 코앞에 두고 불리한 통계 발표가 나오자 일본에선 트럼프 측이 무역적자 감소를 요구하는 압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은 “일본에선 미국자동차에 관세를 전혀 물리지 않고 있어서 차별은 없다”면서 “양국 경제가 의존관계이며 여러 사실관계를 미국에 확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미국차에 배타적이란 주장은 오래된 논쟁거리이다. 일본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없는 반면 미국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승용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업계는 일본이 관세면에서는 개방됐지만 외국차를 수입할 때 인증이나 안전규제, 소음, 환경 등 비관세 장벽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 측은 외무성과 통산성을 비롯해 전 정부부처가 나서 트럼프 측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수집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결국 정상회담에선 트럼프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범위라는 점을 재확인해주는 대가로 일본에 통상압박을 관철하려 할 것이고, 이에 아베는 미국내 70만명 고용창출 계획이라는 ‘선물 보따리’로 이를 무마하려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8일 미일 정부는 아베 총리가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두 정상은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튿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골프라운딩도 계획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이 통상압박과는 별도로 다른 동맹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진한 대접을 아베총리에게 베푸는 셈이다.
한편 일본 총리관저 주변에선 과다한 대미 경제협력 선물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조공외교나 다름없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일본기업들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베가 10년간 4,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치권에선 아베 총리가 반이민정책으로 비판받는 트럼프와 골프회동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간사장은 “유럽정상들이 트럼프를 엄하게 비판하는데 비하면 꼴불견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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