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아이티를 ‘바나나맨’이 구할 수 있을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바나나 수출업체 대표 출신의 조브넬 모이즈(48)가 아이티를 5년간 이끌 제58대 대통령에 7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성경을 든 채 헌법을 수호하고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아이티의 부채는 20억 달러(2조2,960억 원)에 달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1%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모이즈 대통령도 자국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자신의 취임식 비용으로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를 채 쓰지 않았다.
모이즈 대통령은 전 국민의 80%가 거주하며 농사를 짓지만, 현대화와는 거리가 먼 농촌 지역의 개발과 낮은 경제성장률 제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집권여당이 의회 다수당이라 모이즈 행정부의 정책에 힘에 실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는 낮은 투표율 등을 이유로 일부 야권 후보들이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있어 정치적 통합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여당 텟 케일 당을 대표한 모이즈는 55.67%의 지지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시 대선 투표율이 21%에 그치면서 정당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13년 시작돼 진행 중인 돈세탁 조사 대상에 오른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기업가 출신의 새 대통령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를 빈곤에서 성공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정치ㆍ사회적 혼란을 먼저 가라앉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