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대전예지중ㆍ고의 졸업 사정회가 결국 무산됐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려는 만학도들의 꿈이 날아갈 지경이지만 재단과 대전시교육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지중ㆍ고 유정복 교장은 8 오후 2시 교무실에서 ‘졸업 및 진급 사정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학교에 아예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예정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사정회 원안이 제출되지 않아 연기한다고 교사들에게 문자로 통보했다. 유 교장은 “1차 시한인 6일, 2차 시한인 7일까지 학교장(행정실장 경우)에게 사정회 원안을 제출하지 않은 교사가 있어 집계가 불가능하다”며 “사정회 원안을 모두 받아 집계를 마무리하면 졸업 사정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들은 유 교장 체제에서 졸업 사정회를 여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학교 맹현기 교무부장은 “무자격 교장이 부여한 졸업 자격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 재단은 대전교육청의 요구대로 무자격 교장을 해임하고, 새 교장이나 권한대행을 지정해 사정회를 열고, 졸업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 사정회가 연기되면서 졸업예정자 273명은 11일로 예정된 졸업식을 사실상 치를 수 없게 됐다. 졸업 관련 파행이 이어지면 고교 진학자(143명)와 대학 합격자(95명)의 진로도 가로막힐 우려가 크다.
유 교장은 재단 측 일부 관계자의 사임 권유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이사들에게 일주일 전 회의를 알리고, 이사회를 열어 유 교장 해임 조치 및 새 교장 임명 또는 권한대행 지정 등을 하려면 최소 열흘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만학도들은 졸업식은커녕 졸업자격조차 받지 못할 상황이다. 재단 관계자는 입장을 듣기 위해 본보가 수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교육청은 재단 측에 유 교장을 해임하고 새 교장을 임명하거나 권한대행을 지정해 학생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라는 공문만 두 차례 보냈을 뿐 이렇다 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유 교장 체제에서 사정회를 열고, 졸업자격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거부당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시교육청 담당부서 공무원이 일정 상 문제가 있으니 일단 유 교장 주재로 사정회를 열고, 졸업식까지 처리하는 건 어떠냐고 했다”며 “법적 문제가 걸려 있는데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말해도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측에선 아무런 후속 조치나 답변이 없다”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졸업만 할 수 있다면 그런 것(유 교장 체제 사정회 및 졸업자격 부여)도 생각하면 좋지 않겠냐고 개인적으로 말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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