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이 침체되며 주요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그 동안 투자의 발목을 잡아 온 각종 규제들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개수수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천수답 수익 구조가 더 큰 문제란 지적도 없잖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3,26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4,051억원)에 비해 19.3%나 감소한 것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3,01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전년(3,141억원) 보다 3.9% 줄어든 성적이었다. 특히 삼성증권은 2,117억원에 그쳐, 전년(3,648억원)에 비해 43.8%나 급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교보증권이 25.8%, HMC투자증권이 23.23%, SK증권은 61.8%나 영업이익이 줄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의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우리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침체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9,170억원으로, 2015년(8조8,750억원)에 비해 10.8%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중개수수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증권사들의 운용 손실도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당장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게 마땅치 않자 증권업 규제 완화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5개사(미래에셋대우ㆍNH투자ㆍ한국투자ㆍ삼성ㆍKB 증권)가 이날 금융위원회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업계는 우선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바꿔 퇴직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에 증권사 발행어음도 포함시켜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투자처 제한 완화도 관심사항이다. 기업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에 대해 유독 부동산 투자는 10%로 묶여 있다. 이 상한선을 높여달라는 게 증권업계 요구다.
은행 업무로 묶여 있는 법인 지급결제와 외국환 업무도 증권업계에선 불만 사항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사는 지급결제망에 참가하기 위해 3,375억원을 냈는데, 개인 지급결제만 하고 법인 지급결제는 못하는 상황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 주장보다는 본연의 수익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미 지난해말 초대형 IB에 대해선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단기금융업무 등을 허용해줬다”며 “부동산 투자 비중이 과도해지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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