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공사의 부당한 인사처분 인정
“수염이 단정하지 못하단 인식 근거 없어”
아시아나항공이 사내 용모단정 규정을 이유로 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한 달간 비행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이동원)는 8일 아시아나항공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조종사 구제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한 아시아나항공의 용모규정은 내국인 직원들만 금지함으로써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평등 원칙에 위배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은 수염을 기르는 것이 단정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용모규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항상 단정하지 못한 외모로 인식되고 신뢰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기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9월 김포공항 승무원 대기실 내 화장실에서 안전운항 담당 상무와 마주쳤다. 이후 A씨는 안전운항팀 팀장으로부터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므로 면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A씨는 이를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당일 오후 예정된 A씨의 ‘김포-제주’간 비행일정이 정지됐다. 사측은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A씨가 수염을 깎고 상사와 만나 “규정을 지켜 수염을 기르지 않겠다”고 말한 뒤에야 업무 정지가 풀렸다. A씨가 비행 업무에서 배제된 기간은 29일이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비행 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측의 비행정지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구제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측은 비행정지는 인사권의 일환으로서 업무명령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판정에 불복해 2015년 6월 소송을 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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