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호주가 지난 3년간 맺었던 통화스와프 계약의 규모를 두 배로 늘려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미국 달러화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호주달러로 ‘위기시 외화 방파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사실상 물 건너 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물론, 오는 10월 만기를 앞둔 중국과의 최대규모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 전망이 어두워 한편으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호주 중앙은행(RBA)과 22일 만기를 맞는 양국 간의 ‘원ㆍ호주달러 통화스와프’ 계약을 2020년 2월까지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 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등의 통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외국 자본유출 등으로 외화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 때 상대국과 바꾼 통화로 무역결제나 위기 대응에 사용할 수 있어 ‘외화 마이너스통장’ ‘외환위기 방파제’ 등으로도 불린다.
양국은 그간 50억호주달러(한화 5조원)였던 통화스와프 규모도 향후 3년간은 100억호주달러(9조원)로 2배 확대하기로 했다. 그간 무역결제자금으로만 용도가 제한됐던 스와프의 조건도 이번에 금융안정 목적이 추가돼 한층 활용폭이 넓어졌다. 호주달러는 미 달러, 유로화 같은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 외환거래 규모 5위의 주요 통화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전체 통화스와프 계약(1,222억달러 규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560억달러)과의 ‘원ㆍ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은 오는 10월 만기를 앞두고 아직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재개되는 듯 했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갈등으로 협상이 중단된 데 이어, 중국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스와프 연장 거부’를 앞세운 중국의 ‘몽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통화스와프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 교역관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이점이 많지만 사드는 중국으로서는 양보 불가능한 이슈인 만큼 계약 연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당국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만기 3,4개월 전부터 상대국과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정치와 경제 문제는 분리해 생각하자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당분간 이슈화하지 않고 물밑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중 통화스와프가 만약 중단되더라도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이 급격히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은데다, 위안화 결제비중이 아직은 미미해 위안화와의 통화스와프는 실질적인 효과도 적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투자 등 심리적인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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