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언론 사전유출 유감” 적반하장
수사차질 불가피… 조사 무산 가능성도
9일로 예정된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끝내 불발됐다. 청와대는 특검이 조사 일정 등을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하면서 양쪽이 수일간 조율한 협의 내용을 한 순간에 없었던 일로 해버렸다.
특검은 8일 “내일(9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은 없다”며 “이에 대한 (특검의) 입장과 구체적인 내용은 9일 브리핑으로 밝히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대통령 대면조사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해야 한다”고 첫 공식입장을 밝혔던 특검은 청와대 측이 “협의 자체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취지로 거부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함에 따라 박 대통령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정식 수사기한인 이달 28일까지 20일을 남겨두고 대통령 대면조사가 안개 속으로 빠지면서 특검 입장에선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됐다.
대면조사 불발의 신호탄은 청와대가 먼저 쐈다. 7일 저녁 일부 언론이 대면조사가 9일 청와대 경내 위민관에서 진행된다고 보도하자, 대통령 측은 특검이 일정 등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약속을 깼다는 취지로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지금 상태에선 대면조사가 취소되고, 내일이나 모레도 일정은 잡힌 게 없다”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면조사 일정 유출과 관련해 특검 측에 항의문을 보냈는데 아직 답신은 안 왔다”며 “그 결과를 보고 나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가 지켜지지 않으면 협조를 못한다는 엄포도 놨다.
앞서 특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선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없다”며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추후 정리해서 입장을 내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통령 대면조사는 이번 주말이나 내주로 연기될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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