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당기순익, 신한금융 2조7,784억원ㆍ우리은행 1조2,613억원 거둬
신한지주 설립 이후 2번째 높은 실적, 우리은행도 4년만에 최대치
하나금융ㆍKB금융도 4~5년래 최고 수익
최근 연달아 ‘52주 신고가’ 축포, 목표주가도 껑충
국내 주요 은행계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최근 3~5년 사이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구조조정과 저금리 한파에도, 부동산 관련 대출로 이자수입을 대폭 늘리고 위험대출은 대폭 줄인 결과다. 최근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주가까지 상승세여서 은행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불황기 이자 수입에 기댄 ‘어색한’ 호실적을 두고 따가운 눈총도 적지 않다.
8일 연간 실적을 공개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작년 2조7,7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2008년 이후 국내 금융지주사 중 9년 연속 순이익 1위 달성 기록이 유력해졌다. 신한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2015년보다 17.2%(4,076억원)나 늘어나며 2011년(3조1,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전년보다 30.2%(4,506억원) 급증한 1조9,40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주도했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인 주당 1,450원의 ‘통큰 배당’도 결정했다.
최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실적 포함)도 전년 대비 19.1%(2,021억원) 늘어난 1조2,613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이는 2012년 우리금융지주 시절 올렸던 1조6,333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순이익이다. 우리은행은 특히 작년 두 차례에 걸친 인력 구조조정으로 1,780억원의 비용을 쓰고도 대출 규모 증가(3.3%)로 오히려 순이익을 크게 늘렸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대손비용을 전년보다 13.7%(1,325억원) 줄인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앞서 지난달 연간실적을 발표했던 하나금융도 1조3,4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012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9일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KB금융도 2조2,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으로 2011년(2조3,730억원) 이후 5년 만에 2조원 클럽에 복귀할 걸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와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이번 주 들어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던 은행 주가는 이 같은 작년 호실적까지 더해지면서 날개를 다는 형국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4만6,000원대인 신한금융의 목표주가를 5만7,000원까지 높였고, KB증권은 3만6,000원대인 하나금융의 목표주가를 4만5,000원까지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는 우리은행(8일 종가 1만3,600원)의 목표주가를 1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주는 작년에도 크게 올랐지만 실적 호조, 올해 은행업 전망, 높은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추가상승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론 ‘고객우선’을 강조하면서도 시중금리가 오르면 예금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리고 기업들의 대출을 냉정하게 회수하는 은행들이 대출이자로 대규모 수익을 거둔 모습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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