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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대면조사 날짜 알려졌다고 약속까지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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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대면조사 날짜 알려졌다고 약속까지 뒤집나

입력
2017.02.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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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박 대통령은 9일 대면조사를 받기로 했으나 이를 7일 저녁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돌아섰다. 청와대 측은 “대면조사 일정 등에 관한 협의가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한다.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박 대통령 측의 행태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지만, 합의를 파기해 놓고 되레 화를 내는 적반하장은 할말조차 잃게 만든다.

박 대통령은 명백한 피의자 신분이다. 대기업 뇌물수수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최순실 국정농단의 모든 의혹에서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헌법이 보장한 재임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으로 기소를 받지 않을 뿐 엄연히 수사 대상이다. 대통령 본인도 여러 차례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 놓고 정작 대면조사 일정이 확정되자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약속을 깨려 하고 있다. 일각에선 특검 조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면조사 일정 협의 과정에서 특검팀은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했다. 대면조사 날짜는 애초 계획보다 늦춰졌고, 조사 장소도 특검팀이 원한 ‘제3의 장소’가 아닌 청와대 비서동 위민관으로 정해졌다. 탄핵심판과 법원 재판에서 박 대통령 쪽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박 대통령 쪽의 우려를 받아들여 조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마당에 대면조사 날짜가 알려졌다고 판을 뒤엎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 경내에서 진행되는 대면조사가 일정 공개로 경호에 문제가 생길 리도 없다.

특검팀의 소극적 대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 성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원칙적 대응도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 특검법에는 ‘수사 대상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국민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포함된 것이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조사 지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일반적 피의자에 대한 조사 방식처럼 조사일을 ‘통보’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특검팀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한 모든 질문에 답을 피했다. 특검팀은 역사에 굵은 기록을 남긴다는 당당한 자세로, 오로지 국민을 믿고 거침없이 정도를 밟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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