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수명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에 지나지 않지만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어서, 에너지ㆍ원전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7일 월성1호기 인근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월성원전에 대한 운영변경 허가 처분은 위법해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 수명이 끝났으나 논란 끝에 원안위가 2015년 2월 27일 연장가동을 허가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이 절차와 기술적 측면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보았다. 원안위 구성의 하자, 미흡한 안전성 평가기준 등이 이유다. 법원은 결정 과정에서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고, 운영변경 허가사항을 원안위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했고, 원안위원 2명이 결격사유가 있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관련법상 최신 기술기준을 평가 당시 적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번 소송이 원전가동 정지 여부를 곧바로 다투는 게 아닌 데다 원안위가 상고 방침을 확정해 당장 월성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의 원전 정책 전반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월성1호기는 재가동 이후로도 여러 차례 자잘한 고장을 일으켜 불안을 씻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6월 가동 영구정지를 앞둔 고리1호기를 포함, 10년 안에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10기나 된다. 원자력업계는 “수명 연장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전력 수급 상황에 비추어도 원전 재가동이나 신규 원전건설이 능사는 아니다. 장기적 경기침체로 전력소비 증가율이 정부 추정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현재 23기인 원전을 2029년까지 35기로 늘려 잡아 설비과잉 우려까지 낳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 안전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이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물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아직은 낮아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사회 전반의 에너지 절약과 저에너지 기술ㆍ산업 발전 등 수요 감축 노력을 전제하는 대신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까지 일부 손질해 재활용하는 정책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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