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보급으로 차보험사기 줄자 최근엔 생명ㆍ실손보험사기 급증
생보업계, 보험사기 근절 선포식… 금융 빅데이터 활용, 유형별 사기조사 시스템 구축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보급으로 그간 보험사기의 주무대였던 자동차보험 사기가 줄어드는 대신 생명보험과 실손의료보험 관련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가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 유형조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업계 공동으로 보험사기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생명보험협회와 25개 생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2017 보험사기근절 선포식’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사기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추정액은 4조5,000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국민 1인당 9만원 꼴이다. 최근엔 보험사기 발생 무대도 변화하고 있다. 2005년 전체 보험사기의 77.6%를 차지했던 자동차보험 사기가 지난해 상반기엔 44.8%까지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생명ㆍ실손보험 사기는 21.3%에서 52.4%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블랙박스 보편화와 경찰의 강력 단속으로 자동차보험 사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게 되자 사기 세력들이 생명보험으로 대상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는 앞으로 한국신용정보원의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 보험사기의 유형과 통계를 산출할 ‘보험사기 유형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기조사 주제를 선정하고 유형별 사기 지표 등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또 생보협회의 보험사기 담당 부서인 보험범죄방지실을 보험범죄방지센터로 격상하고 인력도 확충했다. 업계 직원, 간호사, 전직 경찰 등으로 구성된 협회 보험사기조사지원반이 업계의 보험사기 공동조사도 지원한다.
앞으로 생보협회와 생보사들은 보험사기 관련 이슈를 공유하고 협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보험사기의 온상지가 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공동대응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수창 생보협회장은 "보험사기는 다수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친족살해 같은 강력범죄와도 연계돼 있다"며 "보험사기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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