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재산으로 여기던 관점에서 벗어난 법안이 등장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알래스카 주는 법률 개정을 통해 주 법원에서 열리는 이혼소송 중 반려동물의 양육권 결정을 판사가 내리도록 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이는 법원이 동물의 복지 위주로 접근해 양육권자를 직접 지정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 미국 내 최초 사례다. 개정된 법안은 지난해 4월 알래스카 주 의회를 통과했으며 올해 1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법정에서만큼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법적 관점에선 반려동물은 여전히 재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경우, 반려동물 구매비용 등 반려동물에 기여한 정도를 따진다. 해당 반려동물이 어느 쪽의 양육을 받으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 여부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알래스카 주의 개정안은 재산 개념에서 벗어나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알래스카 주 법원은 가정 내에서 학대를 받고 있는 반려동물을 가정 폭력 보호 명단에 포함할 수 있으며, 학대 가해자에게 보호소 비용을 부담하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게 됐다.
고 맥스 그루엔버그 민주당 전 의원과 함께 이 법률 개정을 주도한 알래스카 주 의회 리즈 바즈케즈 공화당 전 의원은 법이 통과된 뒤 “반려동물은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주의 법 개정에 미국의 동물법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파브르 미시간 주립 대학 법학과 교수(동물법 전공)는 “주 정부가 처음으로 동물을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한 것”이라며 “법원은 이제 반려인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관점에서 양육권을 결정할 수 있다”고 법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캐시 헤슬러 루이스 앤 클라크 대학 교수도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가족법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하는 측면이기 때문에 재산법으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알래스카 주의 법률 개정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법조계의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했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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