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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도 한식 백반을 즐긴다

입력
2017.0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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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식당 '아토보이'의 점심 백반
뉴욕 한식당 '아토보이'의 점심 백반

미국에 알려진 한국 음식은 한동안 불고기와 비빔밥, 잡채 정도였다. 최근 들어 얘기가 달라졌다.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뉴욕의 한식당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한식 고급식당의 대표 브랜드가 된 ‘정식당’과 김훈이 셰프의 ‘단지’‘한잔’ 등이 선두 주자다. 한식당이 뉴욕 한인타운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대는 갔다. 뉴요커들을 사로 잡은 한식당들이 맨해튼 곳곳으로 진출해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눈에 띄는 트렌드는 한식 가정식 점심이다. 밥과 국에 반찬 3,4개 정도로 단출하게 차린 1인상 차림이다. ‘식탁 한 가득 성대하게 차려진 짜고 맵고 강한 맛의 요리와 반찬들을 다같이 나눠 먹는 식사’라는 미국 한식의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한 메뉴다. 직장인들이 한국에서 매일 먹는 점심 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뜻하고 든든한 건강식을 찾아 다니는 뉴요커들과 향수를 느끼는 유학생, 교포들이 즐겨 찾는다.

‘그녀의 이름은 한(Her Name is Han)’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식당부터 가보자. ‘한’은 ‘한국의 어머니’를 뜻한다. 2015년 문을 연 이후 연일 붐빈다. 저녁엔 술을 팔고, 점심엔 식당 이름 그대로 어머니가 차려 준 것 같은 한 끼를 맛볼 수 있다. 정신 없이 바쁜 맨해튼 직장인들을 겨냥한 빠른 서비스도 특징이다.

12달러짜리 ‘밥상 메뉴’는 백반과 닮았다. 밥과 국, 기본 반찬 세 가지가 나오고 불고기나 제육볶음, 생선구이, 김치찌개 등 일품 요리를 한 가지 택할 수 있다. 국수 반죽을 직접 만드는 칼국수는 해물, 김치, 들깨, 고기 중에 육수를 고를 수 있고, 만두도 곁들여진다. ‘한그릇 메뉴’는 비빔밥이다. 쌀 대신 패로(Farro)라는, 율무와 통보리를 섞어 놓은 듯한 질감의 통곡물을 택할 수 있다. 비빔밥의 미국화인 셈이다. 매운 고등어 구이, 양념 닭고기 등 미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요리들도 내놓는다.

이번엔 ‘아토보이(Atoboy)’로 가보자. ‘정식당’ 출신인 박정현 셰프와 ‘마일리아노’‘카지츠’ 등 맨해튼 인기 레스토랑에서 명성을 쌓은 엘리아 박 부부가 2016년 개업했다. 맛집을 찾아 다니는 미식가 뉴요커들이 타깃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맛에 셰프들의 경험과 창의력을 결합한 반찬들을 내놓는다. 점심 특선은 20달러짜리 ‘한상 메뉴’다. 잡곡밥과 국 또는 찌개, 샐러드, 김치 등 기본 차림에 생선이나 고기 요리가 나온다. 푸짐하기보다는 한 사람이 딱 먹기 좋은 양이다. 음식 간도 세지 않고 풍미가 그윽하다. 식기와 수저를 한국에서 주문 제작하는 등 디테일도 잊지 않았다. 통보리에 허브 샐러드를 올리고 삼겹살이나 매운 대구찜 등을 곁들여 낸, 비빔밥과 덮밥을 현지화한 메뉴도 선보인다.

맨해튼의 두 식당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어머니의 다정한 손맛과 집밥의 푸근한 느낌이다. 어머니가 한국인이 아니래도 상관 없다. 정성스럽게 차린 한 끼의 소박한 밥상을 마주한 그 누구라도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미국 뉴욕 '그녀의 이름은 한' 식당의 점심 특선.
미국 뉴욕 '그녀의 이름은 한' 식당의 점심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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