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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고 올리고... '지식 절도' 몸살 앓는 서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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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고 올리고... '지식 절도' 몸살 앓는 서점가

입력
2017.0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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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들 사이 사각지대 등서

무음카메라로 책 내용 촬영

책 절도 아니라 법적 책임도 애매

상습 고객은 처벌 가능하지만

“불황에 고객 심기 건드려 봤자…”

요즘 서점 가봤나요? 큼지막한 탁자 주변부터 바닥까지 독서 삼매경인 손님들로 북적이죠. 평소 읽고 싶던 책 한 권을 들고 덩달아 자리를 잡아 봅니다. 읽다 보니 탐나는 페이지가 있네요. ‘딱 한 장만 촬영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훔치는 것도 아닌데 못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잠깐,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댔다가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혹시 아셨나요?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대형서점에서 남자 손님이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책의 본문을 찍다가 직원에게 발각됐다. “고객님, 촬영은 안 됩니다”라는 직원의 만류에도 손님은 “거의 다 찍었어요”라며 촬영을 이어갔다. 점원이 촬영 자제를 재차 요청하자 고객에게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고객이 아닌 점원의 몫이 됐다.

서점가가 고민에 빠졌다. 비치된 책을 촬영하거나 필사해가는 ‘매너 상실’ ‘얌체’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 책장들 사이 사각지대에 숨은 고객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고, 무음카메라를 이용하는 탓에 적발도 쉽지 않다. “목차만 찍고 있었다” “이것만 찍으면 된다” 등 되레 당당한 고객들이 많다는 게 서점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일부 고객은 아예 책 일부를 찢어가거나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기도 한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 불황 극복 대안으로 고객독서용 탁자를 마련한 서점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신(新)풍속도다. 책을 통째로 훔쳐가는 게 아니니 정색하고 절도라 하기도 애매한, 그래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만 책 내용을 훔쳐간다는 점에서 신종 ‘지식 절도’라고 불릴 수 있다.

‘절도 아닌 절도’인 탓에 단속은 쉽지 않다. 저작권법은 ‘공표된 저작물(책)을 영리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집)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한 경우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30조 사적이용을위한복제)고 규정한다. 베끼거나 촬영한 걸 혼자 이용한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런 경우 서점은 제재 권한이 없다. 저작권 침해 범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있어 서점이 아닌 출판사나 저작자 등 저작권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해진다. 점원이 고객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사하기도 어려운데다, 출판 경기도 좋지 않은 마당에 서점 입장에서 고객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다. 단속 사각지대라, 난감해서 눈감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허점을 노려 마음 놓고 촬영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저작권법 140조는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해 피해자 고소 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친고죄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여러 번 걸리면 서점 등 3자가 신고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내용이 담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온라인공간은 ‘사적 이용’의 범위를 벗어나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서점에 비치된 만화들을 찍어서 만화 관련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저작권자인 만화가들에게 고소당하는 사례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위반은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저작권법 136조)으로 형량이 무겁다.

서점 관계자는 “고객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에 (서점 측에서) 강력한 제재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고객들이 서점에서 얻고자 하는 지식이나 휴식의 가치만큼 중요한 매너를 갖춰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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