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권동철(46ㆍ가명)씨는 지난해 6월25일 집에서 끓는 물을 왼팔에 쏟아 세 뼘 크기의 화상을 입었다. 대구 A화상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조금 비싸지만, 빠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하지만 의사는 하루 한 번만 병실을 찾았고, 치료도 소독과 거즈, 인공생체막 교환에 그쳐 10일 후 퇴원했다. 통원치료 3일 후 치료비 명세서에는 1,160만원이 찍혀 있었다. 권씨는 이중 보험공단 청구액 300여 만원을 제외한 860여 만원을 내야만 했다. 권씨는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항의했으나 “다른 화상병원도 마찬가지”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권씨의 진료 내역서를 본 다른 병원장은 “피부이식수술도 하지 않은 부위에 인공생체막을 과다하게 사용했고, 보험 치료만 해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증상인데도 비보험 재료를 많이 사용했다”고 진단했다.
대구지역 한 화상병원의 고액 진료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환자들은 화상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을 선호하고 있으나 치료방법과 액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치료를 받다 폭탄 병원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7일 김소라(37ㆍ가명ㆍ대구 수성구)씨에 따르면 2년 전 뜨거운 물에 발목 아래 화상을 입은 세 살 딸을 A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은 한 달간 피부막을 제거하는 가피절제술과 인공생체막 치료를 한 후 2,200여 만원의 명세서를 발급했다. 김씨는 보험 본인부담금 226만원과 비보험치료비 1,300여 만원 등 1,500여 만원을 내야만 했다. 김씨는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덕에 치료비 부담을 덜었지만 바가지 상혼에 이가 갈렸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김영남(40ㆍ가명)씨도 허벅지 안쪽에 지름 2㎝ 정도의 화상을 입은 두 살 조카를 A병원에 입원시켰는데 3일 치료비가 150만원이 나왔다. 김씨는 조카를 B병원으로 옮겨 같은 치료를 했는데 7일에 87만원만 나왔다. 김씨는 “병원마다 화상 치료비용이 너무 차이난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화상 치료비가 차이 나는 이유는 치료 방법이 의사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 크기의 화상이라도 의사가 선택하는 보험 및 상한가가 없는 비보험 치료에 따라 치료비가 달라지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지원 관계자도 “치료는 의사의 권한이라서 관여할 수 없다”며 “보험이 가능한 치료를 비보험으로 치료했을 때만 환자요청에 따라 시정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병원 관계자는 “화상 진료의 특성상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보험일 경우 환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바쁘다보니 미흡하게 대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원장은 “화상을 입었을 경우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동산병원, 화상진료를 하는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며 “화상 치료제에 대한 사용기준이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