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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치솟자 이대로 죽는가 싶었습니다”

입력
2017.02.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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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화염 휩싸여

승객들 허겁지겁 탈출

신속한 대처 피해 줄여

6일 오후 6시 33분쯤 전남 여수시청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여수시 교통과 직원이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수시 제공
6일 오후 6시 33분쯤 전남 여수시청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여수시 교통과 직원이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수시 제공

“버스 앞쪽에서 ‘아악~아악~’승객들 비명소리가 들린 뒤 불꽃이 치솟아 이대로 죽는가 싶었습니다. 지금은 시내버스만 쳐다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공포감이 듭니다.”전남 여수에서 시내버스 방화사건으로 날벼락을 맞은 승객들이 전하는 사고 상황은 긴박했다.

여수시 쌍봉사거리에서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사고 버스를 탄 임모(59ㆍ여)씨는 “시내버스가 시청 앞 정류장에 도착해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기사가 있는 앞자리 쪽에서 여성승객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올라와 순식간에 버스 안이 여아수라장이 됐다”고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임씨는 “버스 안은 학생부터 노인까지 승객들로 꽉 차 있었고 불길이 치솟자 젊은이들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일부는 앞문과 중간 하차문을 통해 빠져 나왔다”며 “버스가 달리는 도중에 불이 났다면 승객들이 다 죽을 뻔 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는 “사고 후 밤잠을 설치고 온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했다.

시청 앞 정류장에서 방화범보다 한 발짝 앞서 버스에 올라 탄 여수시청 소속의 남모(32)씨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부터 페인트 냄새 때문에 이상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며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수상하게 보였던 노인이 갑자기 보자기로 싼 신나 통을 바닥에 뿌리고 불을 붙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남씨는 “화염이 솟구치자 승객들이 당황해 허겁지겁 탈출했고 나도 버스 뒷문을 통해 빠져 나온 뒤 30m 떨어진 여수시 교통관제센터 1층 사무실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 직원들에게 화재사고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퇴근을 준비 중이던 시청 직원 20여명은 즉시 소화기 10여개를 들고 뛰어나갔고 다른 직원들은 건물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초기 진화에 전력을 다했다. 화재는 3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여수소방서 소방관들에 의해 불이 난 지 13분여만인 6시 46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시내버스 방화가 공무원들의 신속한 초동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불이 난 시내버스는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연료 통까지 불이 번지면 폭발 위험이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피 과정에서 승객 3명이 허리와 발목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4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가 크지 않은 데는 운전자 임모(48)씨의 역할도 컸다. 불길을 본 순간 임씨는 앞뒤 문을 모두 열고 승객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외쳤다. 임씨는 “10여년 버스를 운전하면서 매월 받은 교육에서 승객을 대피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승객들에게 빨리 대피하도록 고함을 쳤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내리는 것을 확인한 임씨는 운전석 왼쪽 문으로 내려 달아나는 방화범 문모씨를 뒤쫓았다. 현장에서 100여m를 쫓아간 임씨는 방화범 문씨를 제압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여수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6시 33분쯤 여수시 학동 여수시청 인근 정류장에서 40여명의 승객을 태운 시내버스에 올라타 18ℓ들이 시너 2통을 뿌리고 불을 지른 문모(69)씨에 대해 현존 자동차 방화 치상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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