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차기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으로 캐리 람(林鄭月娥) 전 정무사장(총리격)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이를 확인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7일 홍콩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홍콩ㆍ마카오 업무 협조소조 조장을 겸하고 있는 장 상무위원장은 지난 5~6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에서 홍콩 내 친중파 인사들을 만나 “람 전 사장이 애국심을 분명히 보여줬고 풍부한 행정경험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장 상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람 전 사장을 중국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이며 이는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만장일치 의견임을 강조했다.
장 상무위원장은 당시 홍콩 내의 반발을 우려해 홍콩의 새 행정장관은 1,194명의 선거위원들이 선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당국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람 전 사장이 차기 홍콩행정장관으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해석했다. 실제 장 상무위원장이 만난 친중파 인사들은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와 5대 경제단체 관계자로 대부분 선거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에선 “후보 지명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이런 움직임은 홍콩인들에게 큰 반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캐리 람 전 사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자 택시를 타고 옛 관저로 가서 휴지 몇 통을 가져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하철역의 회전식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 방송돼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내달 26일 치러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는 람 전 사장 이외에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 레지나 입(葉劉淑儀) 신민당 주석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4일부터 내달 1일까지인 후보 지명기간에 선거위원 15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공식후보로 지명되며 선거위원 과반의 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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