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이 흐릿해졌다. 헌재는 7일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채택하고 증인 신문을 일단 22일까지로 잡았다. 이날 변론이 종결된다 해도 결론을 내리기까지 2주 정도 소요돼, 빨라야 3월 초에나 탄핵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 측이 추가 증인과 사실 조회 요청 등으로 시간을 더 끌면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일인 3월 13일을 넘기게 돼 우려했던 ‘7인 재판관’ 체제가 현실화할 가능성까지 있다.
탄핵심판이 자꾸 늦어지는 것은 대통령 측의 노골적 지연전술 때문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달 23일 무더기 증인(39명) 신청을 하고, 이 중 10명만 증인으로 채택되자 지난 1일 다시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인까지 채택을 요구했다. ‘공정성’을 내세워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해 놓고 보자는 식이다.
잇따른 증인 불출석도 심판 일정을 늦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7일 헌재 증인 출석이 예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건강 사정으로 불출석하지만 다시 요구가 있으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증인들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출석을 연기했다가 기일을 다시 잡아 나오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사유서를 내며 “다음에 나오겠다”고 하면 증인 채택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것은 탄핵심판 일정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추가 증인 신청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는 최종 변론일이 정해지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거듭된 대통령 출석 요청을 거부하더니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이를 심판 지연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손범규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심판이 지연될수록 박 대통령이 유리해진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데서도 그런 속셈이 뚜렷하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정 공백 사태를 서둘러 종결시키기는커녕 되레 장기화시키는 모습은 기가 막힌다.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무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헌재도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단호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 직무정지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비상 국면에서 헌재의 조속한 결론에 국민 대다수도 공감하는 터이다. 재판관이 7명만 남는 상황이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 헌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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