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가 두 달 만에 직을 사임한 이유로 법정에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를 꼽았다. 최씨 주도로 운영되는 회사가 ‘권력형 비리’에 연루 돼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7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대표는 “최씨 지시로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차례로 만나면서 최씨 파워가 어디까지 미쳤나 두려움을 느꼈다”며 “이용당하지 않도록, 문제 되기 전에 빠져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전자에서 10여 년 근무한 뒤 색소폰 강사로 활동해 온 조 전 대표는 같은 교회 장로 장순호 플레이그라운드 재무이사가 추천해 최씨 면접을 거쳐 지난해 1월 더블루K 대표직을 맡았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스포츠선수단 창단 제안서를 만든 다음주 바로 김 전 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밝힌 뒤, 이후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에게 차례로 연락을 받으면서 “신생 회사에 경제수석이 전화를 하는 건 그 이상의 파워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자신이 ‘바지사장’이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표이사는 직함일 뿐이고 수입결산 내역을 작성해 일일이 최씨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해오던 대로 절차를 지켜 업무를 하면 최씨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느냐”고 모멸감을 줬다고도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신문 끝에 발언 기회를 얻어 “더블루K에서 있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 문서와 명함, 최 회장(최씨)이 청와대에서 가져 온 업무수첩 등을 모두 회사에 두고 왔는데 후회가 된다”며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모두 사람은 아니다”라는 말로 최씨에 대한 엄벌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지난해 8월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재단 설립 과정과 관련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공개됐다. 메시지에서 차 전 단장은 “설립에 BH(청와대)가 관여했는지가 가장 큰 이슈”라며 “BH가 관여됐다면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보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했다. 차 전 단장은 “저는 미르재단 운영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걸로 해달라”며 “추진 과정에 대해선 안 수석과 상의해보라”고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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