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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ㆍ어르신들 덕분에 새 삶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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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ㆍ어르신들 덕분에 새 삶을 찾았어요”

입력
2017.02.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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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서 쌀ㆍ김치 훔친 30대

경찰 도움으로 일자리 마련 후

경찰서 찾아 감사 인사 전해

A(36)씨가 지난 1월 중순 부산 사하경찰서 박영도(48) 경위에게 받은 현금 3만원을 돌려주는 모습. 부산 사하경찰서 제공
A(36)씨가 지난 1월 중순 부산 사하경찰서 박영도(48) 경위에게 받은 현금 3만원을 돌려주는 모습. 부산 사하경찰서 제공

늦은 밤 배가 고파서 경로당에 몰래 들어가 쌀과 김치를 훔쳐먹다가 붙잡힌 30대가 자신을 격려해 준 경찰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절도 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1년6개월간 복역 후 지난해 10월 중순 출소한 A(36)씨는 지난해 12월 6일 오후 9시쯤 부산 사하구의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침입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A씨가 처음부터 경로당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교도소에서 번 돈으로 부산시내 찜질방을 전전했지만 돈은 한 달 남짓 후에 다 떨어졌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유일한 혈육이던 친형마저 3년 전 지병으로 숨져 갈 곳이 없었다.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던 탓에 한글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고 교도소 복역 중에 다친 어깨가 불편해 막노동을 할 처지도 못됐다.

이후 보름간 인적이 드문 시간 A씨의 집은 경로당이었다. A씨는 거의 매일 경로당을 찾았다. 전기장판을 켜고 추위를 피했고 쌀로 밥을 짓고 냉장고에 있던 김치와 함께 끼니를 때웠다. 설거지까지 해 영락없는 집주인처럼 보였다. 13차례나 경로당을 찾았던 A씨는 결국 같은 달 20일 경찰에 검거돼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경찰에서 “다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싫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담당형사였던 부산 사하경찰서 박영도(48) 경위는 안타까운 마음에 A씨에게 3만원을 건네고 직접 부산법무보호복지공단에 연락해 숙소와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 경로당 어르신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생활비로 쓰라며 A씨에게 50만원을 전달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 박 경위를 다시 찾았다. 3만원을 되돌려주기 위해서였다. A씨는 “공단 인근 청과물시장에 일자리를 얻어 일당 5만원을 받고 일하게 됐다”며 “그때 받은 3만원은 내게는 100만원보다 더 값진 돈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 경위는 “적은 돈이지만 밥 사 먹고 힘내라는 의미로 건넨 것 뿐”이라며 “A씨가 주변에 따뜻한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로당 어르신 20여명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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