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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자는 왜 ‘反세계화’ 지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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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자는 왜 ‘反세계화’ 지지할까

입력
2017.02.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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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르펜 지지하는 소수인종 늘어

“시장개방ㆍ세계화 앞장 서면서

차별문제 무심한 정치권 더 문제”

‘反무슬림’ 가능성에 대해서도

“탄압 문제점 분명해질 것” 반겨

2016년 7월 26일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노르망디의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 무슬림 여성이 사고현장을 수색중인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7월 26일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노르망디의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 무슬림 여성이 사고현장을 수색중인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최근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선후보의 득세 등 ‘반(反)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가장 먼저 표적이 되는 계층은 이민자 출신 소수인종들이다. 하지만 유럽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소수자라고 해서 반드시 개방과 유럽통합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르펜 후보를 지지하는 프랑스 무슬림, 브렉시트를 지지한 아프리카 출신 영국인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이다. 이들은 국수주의 정치인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화와 시장개방에 앞장서면서 소수인종 차별 문제에 무관심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유럽에 따르면 프랑스 수도 파리 외곽 위성도시 오베르빌리에와 팡탱에 집단 거주하는 프랑스 무슬림들 가운데에는 르펜 지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무슬림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를 계기로 프랑스 주류사회와 사실상 격리된 상태고 경제적으로도 빈곤하다. 르펜이 집권한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자조 섞인 정서와 정치불신이 무슬림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2000년대에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로 이주했다는 30대 중반 무슬림 삼바는 “투표권이 없지만,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4월 대선에서 르펜을 찍겠다”고 했다. 그는 “기존 좌파든 우파든 거짓말만 늘어놨다. 르펜은 최소한 정직하다”고 덧붙였다. 60대 후반 무슬림 자말은 “30%의 유권자가 르펜을 지지하면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르펜의 지지자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자나 무슬림 차별만이 르펜 지지 이유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르펜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상기하며 “대부분의 좌파도 말만 안 할 뿐 사실은 르펜에 동의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무슬림들은 르펜이 집권하면 탄압이 늘어나리라는 전망도 부정했다. 르펜이 선출돼도 법에 의해 통치한다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이라고 무슬림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 보수진영은 물론,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중심 역할을 맡았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도 ‘히잡 금지령’에 동의하면서 반(反)무슬림 흐름을 탔다. 삼바는 “오히려 르펜이 집권하면 무슬림 문제가 더 분명해지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말은 ‘테러범은 테러범이고 무슬림은 무슬림’이라는 라이시테(프랑스식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세계화를 지지하는 소수집단의 등장은 프랑스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선거연구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국민투표 때 아프리카계 영국인의 17%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잔류’에 표를 던진 66%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존재감은 분명하다. 언론인 겸 다큐멘터리 감독 파라이 세벤조가 영국 BBC에 보낸 기고에 따르면, 대부분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 ‘검은 영국인’ 또한 동유럽 난민들이 직업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며 시장개방과 인력의 자유이동에 불만을 품고 있다. 오히려 “유럽연합시민을 특별 대우하면서 비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이들은 브렉시트 투표 후 늘어난 영국 사회 내 인종 차별적 행태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016년 7월 31일, 프랑스 루앙의 루앙대성당에서 진행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의 테러로 숨진 자크 아멜 신부의 추모미사. 이날 추모미사에는 가톨릭 신자 2천명 외에 프랑스 전역에서 초청된 무슬림 10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7월 31일, 프랑스 루앙의 루앙대성당에서 진행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의 테러로 숨진 자크 아멜 신부의 추모미사. 이날 추모미사에는 가톨릭 신자 2천명 외에 프랑스 전역에서 초청된 무슬림 10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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