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억원(지난해의 경우 정부 예산 529억원+농가 부담 388억원)을 쏟아 붓고 있는 구제역 백신 정책이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백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백신 정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통해 구제역을 막겠다고 나선 것은 2011년이다. 2010년 1월부터 16개월 동안 세 차례나 구제역이 창궐하자 정부는 살처분을 통해 구제역 전파를 막는 방식을 폐기하고 백신 정책을 전격 도입했다. 당시 살처분된 소ㆍ돼지는 총 354만마리에 달했고 정부 재정 피해액도 2조8,695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백신 정책을 편 이후에도 구제역은 세 차례나 더 발생했다.
백신을 쓰는데도 구제역이 재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매뉴얼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정부의) 관리 감독이 부실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10~2011년 최악의 구제역을 겪으며 정부는 떠밀리다시피 백신을 쓰게 됐다”며 “갑작스럽게 도입을 하다 보니 정책 자체가 연착륙이 안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신 접종을 농민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접종 후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해 알려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농민들이 백신을 접종한 뒤 실제로 소나 돼지에게 구제역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농민들의 접종법이 잘못됐다면 정부가 이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수입선을 다양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 교수는 “현재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구제역 백신 오마니사는 국내 발생 구제역의 혈정형과 유전적으로 20%나 차이가 나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며 “러시아 인도 아르헨티나 등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