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문제로 빚어진 주한 일본대사 부재 상태가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사태 장기화가 한일관계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양국은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는 한국의 탄핵정국으로 인해 대사 복귀가 3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앞으로 한 달 안에는 관계 정상화가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에) 한일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촉구하겠다”고만 했을 뿐 귀임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주한 일본 대사의 부재가 이리 오래 지속되는 건 전례가 없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당시 일본 대사가 항의 표시로 일시 귀국했으나 12일 만에 귀임했다. 당초 일본 외무성에서는 열흘 이내에 대사를 복귀시킨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사이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 일본 쓰시마에서 불법 반입된 불상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점점 더 문제가 꼬이고 있다.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한 것도 양국 외교당국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이 위안부 합의 이후 자꾸 딴소리를 한다’며 한국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70% 이상이 대사 귀국조치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도도 귀국 조치 이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례 없는 대사 부재 사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는 이런 여론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지지도를 의식한 아베 총리가 직접 ‘무기한 대기’라는 강경조치를 주도해 외무성이 사태 해결을 위한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도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의 대일 위안부 합의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소녀상 문제로 대사까지 불러들여 외교 경색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더러 건설적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차 지적했듯 시민단체의 소녀상 설치는 정부 소관 바깥의 일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책임을 넘기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소녀상 문제 하나로 외교관계를 전면 중단할 정도로 한일관계가 단순하지도 않다. 과거사와는 별개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자세가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안부 합의의 취지도 그것 아니었나. 하루빨리 대사를 복귀시켜 한일관계 진전의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게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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