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ㆍ시민단체들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MBC 차기 사장 선임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와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문진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그들에겐 MBC 새 사장을 뽑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선 청와대와 여당 인사가 이사 자리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문진법 개정안을 비롯한 언론장악방지법 개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방문진은 무자격한 사장 선출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광한 현 MBC 사장은 이달 말 3년 임기가 끝난다. 방문진은 사장 지원자를 공모해 16일까지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한 뒤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사장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국회의 방문진법 개정 논의 등을 고려해 한 달간 일정 연기를 건의했으나, 다수를 차지한 여권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표결 끝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능희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김재철 전 사장 일당의 방송 농단을 방조한 이사들이 여전히 방문진에 남아 있다”며 “MBC를 망친 경영진을 비호한 방문진이 또 다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당장 사퇴해도 모자랄 이들이 공영방송의 책임과 독립성을 논하는 코미디를 멈추게 해야 한다”며 “국정농단의 공범들을 청산하고 MBC를 국민 품에 돌려놓기 위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탄핵 위기에 몰려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KBS와 MBC에 자기 세력을 심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양대 공영방송이 똘똘 뭉쳐서 언론장악방지법 쟁취를 위해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종합편성채널보다 MBC가 문제라고 말하며 공영방송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도 “현재 언론장악방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사장은 그 다음에 뽑아도 늦지 않다”며 “언론개혁을 위해 시민단체가 함께 싸울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2기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KBS본부는 8일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언론노조도 9일 9대 지도부를 선출한다. 언론노조는 각 조직이 정비되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언론장악방지법 국회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3일에는 방문진의 MBC 사장 선임을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