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보름 만에 미국 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양대 숙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구와 경제력 모두 미국 최대인 캘리포니아 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평가 받는 뉴욕타임스(NYT)다.
민주당의 최대 텃밭이자,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던 캘리포니아는 정권 출범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 견제에 적극적이다. 연방 정부의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에 맞서 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출범 초반 트럼프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존치 여부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손에 놓여 있다.
NYT 역시 트럼프 정권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일반 기사는 물론이고 외부 칼럼과 내부 논평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행적에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에는 1면 ‘휘청거리며 고심하는 트럼프 정권’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국사를 성급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참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도 두 숙적에 포문을 열었다. 캘리포니아에 대해서는 연방정부 예산 지원 중단, NYT에는 거짓을 퍼뜨리는 형편없는 매체라는 강도 높은 비방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주를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낮춰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 관련 위원회가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 지방경찰이 연방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가치 법’을 승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주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예산을 끊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대선 직후 ‘칼렉시트(캘리포니아 주의 미연방 탈퇴)’움직임이 확산된 가운데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를 공격하자 워싱턴포스트는 ‘차가운 내전(Cold Civil War)’이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에 대해선 ‘가짜 언론’이라고 공격했다.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망해가는 NYT가 나에 대해 완벽한 소설을 쓴다”며 “지난 2년간 엉터리 기사를 써 놓고서, 이제는 이야기와 출처까지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공격한 6일자 1면 보도가 모두 허구라는 것이다. 백악관도 기사 내용과 표현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NYT가 사실과 완전히 다른 보도를 내보냈다고 공격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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