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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원곡동에 누나가 떴다…우리은행 외환송금센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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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원곡동에 누나가 떴다…우리은행 외환송금센터의 하루

입력
2017.02.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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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태양은 또 뜬다. 2016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한 해였다. 한국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의 한파와 가계부채 뇌관에 소용돌이쳤다.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2%대를 면치 못하고 성장을 멈춰서 있다. 최순실발 정치 리스크는 한국경제를 블랙홀에 가두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밖으로는 글로벌 금리전쟁, 유로존의 몰락, 미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을 푸념하기에는 이르다. 저력으로 다시 하나로 뭉칠 때다. 희망찬가를 외치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다짐으로 기지개를 켜는 현장을 찾아본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꿈틀대는 희망의 몸부림을 발견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때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 김서연] "안녕하십니까. 께몬아첸. 하무 위머 사뚜딱. 니하오 환잉꽝린. 아빠 까바르. 씬 짜오. 나이스 투 미츄. 오친 쁘리야뜨 너. 쏙섭하이. 싸와디캅. 나마스떼."

▲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전경. 사진=김서연기자.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오늘도 길고 긴 9개국 언어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외국인 특화점포다보니, 방문하는 고객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다.

경기도 안산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그런 만큼, 외국인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근처에 있는 타행들보다 늦게 안산에 정착했다. 2012년 9월 25일 개점해 올해로 문을 연지 5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입점 4년 만에 고객은 3만여명을 훌쩍 넘겼고 수신액은 10억원 가량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무려 30배나 껑충 뛰었다. 외환 부문에서는 점유비율이 이 근처 지역내 1위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적표다.

직접 찾은 그곳은 1층과 2층에 각각 환전소와 영업점이, 3층에는 해외송금업무를 주로 다루는 '머니그램(Money gram)'센터가 위치해 있었다.

▲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고객 수 추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기자가 외환송금센터를 방문한 날은 평일 오후여서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많지 않았다. 안대종(49) 지점장에 따르면 평일에는 150~200명의 고객이, 일요일에는 400~500명의 고객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었다. 평일에는 주로 퇴직금 문제와 같이 급한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퇴근 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지점장님, 비결이 뭐에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 지점장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작은 서비스가 이유라면 이유"라며 수줍어했다.

몇가지로 요약하자면 첫째로 삼성화재와 국민연금관리공단과의 연계를 꼽을 수 있다. 이 센터는 삼성화재와 연계해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고 외국인 고객에게는 대행까지 한다. 또한 국민연금관리공단과도 연계해 고국으로 돌아갈 때 만기된 국민연금을 타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직원들이 SNS로 외국인 고객들과 활발한 소통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직원들은 은행 업무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들의 일상생활에서의 문제점부터 애로사항까지 금융 외 업무도 돕는다. 직원들은 페이스북으로, 카카오톡으로 밀려드는 각종 상담을 해결해 주기 위해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항상 휴대폰을 끼고 있다. 하루에 많을 때는 백여명 이상의 외국인 고객들의 상담이 들어온다.

스마트뱅킹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모국어로 스마트뱅킹 스쿨을 상시 개설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계좌 개설부터 급여 이체 등 기본적인 스마트뱅킹 사용법을 알려준다. 평일에는 직원들로도 고객들을 충분히 응대할 수 있지만, 일요일에는 손님이 많이 몰려 한국으로 유학을 온 해당국 대학생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ATM 도우미도 운영된다.

이밖에도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금융권 최초로 무솔라 기도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도 장소가 마땅치 않은 무슬림 고객을 위함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86% 가량이 무슬림(이슬람교도)이다. 이들은 하루에만 5번 기도를 해야 한다. 안 지점장은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고객들끼리 모임도 가지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며 "타행에서도 우리 센터를 쫓아 무솔라 기도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성장 뒤에는 애환도 따랐다. 외국인 고객에 '특화된' 점포다보니, 근무시간이 타 점포에 비해 길다. 안 지점장은 "특화점포다보니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있는데, 타 점포 직원들보다 휴일이 부족한 점이 지점장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며 "주어진 여건에 맞춰 불만 없이 일해주는 직원들이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에는 현재 1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내국인이 8명, 인도네시아·태국 국적 직원이 각각 1명, 중국인 국적의 직원이 3명이다.

이중 2013년부터 일했다는 멜다 야니 이브라힘(여·40·인도네시아) 과장은 센터의 '산 증인'이다. 센터를 찾는 인도네시아 고객들에게는 '누나'로 통한다. 그동안 많은 고객을 만난 만큼 기억에 남는 고객도 많은 모양이었다.

포항에 영업을 나갔을 때 만난 고객이 고맙다고 꽃게를 한 박스나 보내줬던 일,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고객이 고향에서부터 싸온 반찬을 줬던 일 등 고객과의 일화를 신나게 얘기하며 "진심으로 다가간 것이 거꾸로 더 큰 선물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 멜다 야니 이브라힘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과장이 핸드라씨의 금융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멜다 야니 과장과의 인터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외국인 고객들의 SNS를 보면 '우리은행에 무조건 가라. 뭐든 다 해결해준다'는 식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며 "고객이 고객을 영업하는 것이다. 나(은행원)보다 고객이 직접 영업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의 외국인 고객들에게 우리은행은 '해결사'로 통하는 모양이었다. 외국인 주민센터가 문을 닫는 날에는 센터를 방문할 정도였다. 심지어, 우리은행 카드가 아니라 타행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찾아와 묻는 외국인 고객도 있었단다.

은행 업무가 아니더라도 원곡동 센터를 마실인양 찾는 고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멜다 야니 과장을 자주 찾아온다는 핸드라(남·39·인도네시아)씨는 한국에 온지 4년이 됐다고 했다. 철 제련업에 종사한다는 그의 급여통장은 타행이지만 다른 금융 업무들은 우리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핸드라는 "친절한 직원들, 얼마를 보내든지 5,000원으로 정해져 있는 타행 대비 싼 수수료, 모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곳만 찾게 된 이유"라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환율이 어려워서 잘 몰랐는데, 누나(멜다 야니 과장)가 페이스북에 매일 올리는 환율 정보를 보며 댓글과 카카오톡으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다보니 이제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은행 서비스에 한 번, 친절함에 두 번 감동받은 고객이 다른 고객을 데려와 2배 이상 성장하는 곳이었다.

작은 것, 진심, 감동.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어쩌면 은행과는 멀어보이는 이 단어들이 그 어떤 수식어보다도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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