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취업ㆍ납품 비리 수사 결과 발표
뒷돈 오고 가고 면접 점수 조작까지
노조 전ㆍ현직 간부 등 44명 재판 넘겨
한국지엠 부사장급 임원과 노동조합 지부장이 가담한 대규모 채용 비리는 노사간 원만한 관계 유지라는 구실 아래 만들어진 ‘노조 추천자는 무조건 정규직 합격’이라는 고질적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김형근)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한국지엠 노사부문 부사장 A(58)씨 전ㆍ현직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전 지부장 B(51)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현 지부장 C(46)씨 등 1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전ㆍ현직 임원 3명은 2012년 5월~지난해 5월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45~123명의 서류전형 등 점수를 조작, 합격시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등 전ㆍ현직 노조 간부 17명과 직원 4명은 2012년 5월~2015년 11월 정규직 전환 대가로 취업청탁자들에게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3억3,0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한국지엠 노사협력팀 상무와 부장 등 7명은 2013년 6월~지난해 5월 취업청탁자들에게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채용 비리는 노조 전 간부 등 취업 브로커들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뒷돈을 받고 노조 간부나 회사 임원에게 취업을 청탁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전략담당 상무가 부사장에게 보고한 뒤 청탁자 명단을 인력관리팀에 넘겨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키는 순서를 따랐다.
2012~2016년 5년간 모두 6차례에 걸쳐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34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채용됐는데 이중 123명(35.5%)이 성적 조작 등을 통해 부정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적발된 금품 수수액은 모두 11억5,200만원으로 이중 8억7,300만원을 노조 간부 17명이 받아 챙겼다. 환경미화원인 이모가 수년간 저축한 돈이나 어머니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아 마련한 돈을 취업 브로커에게 준 청탁자도 있었다.
검찰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자수한 42명 가운데 금품 공여자와 전달자는 모두 입건 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채용 비리 외에 한국지엠 납품 비리도 수사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노조 전 지부장 D(51)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배임증재 등 혐의로 납품업체 대표 E(49)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D씨 등 노조 전ㆍ현직 간부와 회사 임원은2013년 6월~지난해 5월 노조원을 위한 선물세트 등 납품이나 행사 대행 업체 선정 대가로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5억6,937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채용 비리와 납품 비리에 모두 가담해 5억8,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D씨는 집 압수수색 당시 화장실 천장에서 4억원, 차량에서 5,000만원 상당 현금 뭉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 비리는 노사간 원만한 관계 유지라는 명목 하에 10년 넘게 이뤄져 온 고질적 관행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금품 수수도 오랫동안 계속됐다”며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에 응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당수가 비리의 벽에 막혀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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