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ㆍ상담만 매주 18시간 격무
정기적 전문성 강화 교육 없어
사설업체서 정보 얻는 촌극도
정보 양극화 해소 취지 무색해
“상담시간 적고 상위권에 특화”
일부 학생 다시 사설업체 찾아
겉도는 진로진학전담교사… 입시정보 양극화 해소는 요원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커지고 불수능이 잇따르면서 입시 정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입 스펙 관리를 해주고 시간당 50만원 이상을 받는 1대1 컨설팅부터 매회 1만명 넘는 학부모가 참석하는 입시설명회까지 학생들의 진로ㆍ진학 정보를 주는 사설업체들은 날로 성행한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정보 전쟁에 뛰어들 수조차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박탈감을 토로한다. 영어교육업체 윤선생이 학부모 6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의 34%가 ‘금수저’ 부모에게 부러운 점으로 ‘교육ㆍ입시에 대해 고급 정보를 갖고 가이드해주는 것’을 꼽았을 정도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정보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교육 내 체계적인 진로ㆍ진학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국 학교에 ‘진로진학전담교사’(이하 전담교사)를 배치했다. 이들은 각급 학교에 파견돼 진로ㆍ진학 수업을 하고 학생 및 학부모와 맞춤형 상담을 한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만1,563개 학교에 1만1,175명(배치율 96.6%)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애초 의지와는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전담교사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담 시간이 충분치 않은 데다 내용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다시 사설업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예비 고3 박모(18)군은 “지난해 초 전담교사를 찾았지만 20분 정도 대략적 설명을 들었을 뿐 큰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중2 송모(14)양도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 맞춘 특수목적고 등의 정보는 비교적 많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희망 진로에 따른 상담은 부실한 편”이라고 전했다.
전담교사들도 불만이 많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선택과목인 ‘진로와 직업’ 수업을 주당 10시간 하면서 학생ㆍ학부모 상담도 매주 8시간 이상 해야 한다. 특히 1개 학교 당 1명꼴로 파견된 탓에 많게는 1,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점수와 희망진로 분석ㆍ상담을 도맡아야 한다. 2012년부터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전담교사로 일해 온 A(59)씨는 “혼자서 학생 950명의 상담을 맡아야 하는데, 대입 변수가 워낙 많은데도 각종 업무처리로 세밀하게 분석할 시간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놨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전담교사 1,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학교 교사 34.7%, 고등학교 42.2%가 상담 활성화의 선결 과제로 ‘교사의 상담 시간 확보’를 골랐다.
‘전담’ 육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문성 강화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전담교사 자격을 얻기 위해 8개월 간 570시간의 연수를 받는 게 전부다. 정보에 목마른 전담교사들은 사설업체의 정보력을 따라잡으려 모임을 꾸려 공부하거나, 심지어는 되레 사설업체 강사를 초빙해 정보를 얻고 있다. 고등학교 전담교사 B(55)씨는 “때로는 전문성이 없다는 기우로 담임교사가 전담교사의 분석 내용을 무시하면서 갈등도 종종 빚어진다”고 전했다.
입시정보 양극화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려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경제 수준의 격차가 곧 정보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교육이 저변을 넓혀야 한다”며 “교육 당국에서 체계적인 진로ㆍ진학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전담교사의 추가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