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실질 중요시”
청와대 서버자료 등 요구할 듯
청와대 강제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하던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한 발 물러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실상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특검이 명분상 우위에 서서 필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일보 후퇴’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규철 특검보는 6일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의 공식 답변을 받은 이후에 후속 조치를 할 생각”이라며 “실질적으로 수사 자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청와대 경내(압수수색)든, 경외(임의제출)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날 황 권한대행 측은 한 언론에 “해당 시설의 기관장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판단)해야 한다”며 협조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앞서 3일 청와대 경내 진입을 시도하다 5시간 만에 철수한 특검은 청와대에 강한 유감 표명을 하는 한편, 황 권한대행에게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이는 청와대 압수수색 전례에 비춰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110ㆍ111조에 규정된 군사상ㆍ공무상 비밀 보관 장소라는 이유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요청한 자료 일부만 내줬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특검에 대해서도 종전의 불승인 논리를 그대로 답습했고 특검은 임의제출로 방향을 튼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의 완승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특검은 명분을 얻었다. 특검의 요구 자료에 대해 생색용 자료만 낼 경우 여론악화와 함께 청와대 입장이 크게 궁색해질 수 있다. 이 특검보는 이날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할 예정”이라고 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진과 주고받은 결재 및 메모가 담겨 있는 청와대 서버 자료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의제출 자료 내용을 놓고 청와대와 특검의 2라운드가 시작될 참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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