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등 건강장애 학생 대상
온라인 수업에 3월부터 도입
학부모 “쌍방향 화상 강의 축소
아이들 학습권 침해될 것” 반발
교육 당국이 3월 새 학기부터 소아암 등 만성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원격교육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면대면 화상강의를 축소하고 일방향식 교습을 늘려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건강장애학생’을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한 원격교육시스템 ‘온라인스쿨’이 3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건강장애학생은 소아암, 백혈병, 신장 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 등으로 3개월 이상 장기입원ㆍ통원치료를 하는 탓에 학교생활과 학업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의 학생들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특수교육대상자 중 약 1,675명이 건강장애학생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전국 4개 화상강의소(꿀맛무지개학교ㆍ인천사이버학교ㆍ꿈빛나라학교ㆍ꿈사랑학교) 등을 통해 수업을 들으며 출석을 인정 받는다.
교육부는 기존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위주의 강의만 진행됐던 화상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해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전체 과목 수업을 원격강의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상시스템은 교사와 학생 여럿이서 컴퓨터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하는 형식인 반면 원격시스템은 미리 녹화된 강의를 학생 혼자서 듣고 소화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원격교육시스템 병행 방침을 두고 노심초사 하고 있다.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결국 예산 때문에 기존 화상시스템을 축소하려는 계획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화상시스템 교사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라 교육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축소가 가능하다.
학부모 나대현(45)씨는 “14세인 아들은 골육종(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무릎 관절을 들어낸 후 등교를 하는 대신 5년 가까이 화상강의를 듣는다”며 “교사와 묻고 답하는 쌍방향 형태인 덕에 또래의 교육 수준을 늦게나마 따라잡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줄면 너무 뒤처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바깥생활이 힘든 건강장애학생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화상시스템이 축소되면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혈병으로 8년 가까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상완(14)군의 아버지 김철(48)씨도 “면역이 약한 아이가 외출을 자주 하지 못해 화상시스템 내 대화방인 ‘놀이방’ 등에 의지해 교사,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해 화상교육과 원격교육을 병행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화상시스템 운영 권한을 갖는 시ㆍ도 교육청 가운데 일부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비슷한 목적의 두 시스템이 동시 운영돼 비효율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 계속 병행할 지와 관련해서는 추후 사정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창범(47) 꿈사랑학교 학부모회장은 “학부모들은 화상시스템의 축소 및 폐지 수순이 진행되지 않도록 각 시도교육청 앞 1인 시위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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