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처리 속도를 내는 분위기라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일명 ‘이재용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분할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구도는 앞날을 가늠하기 힘든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6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법사위에 상정된 ‘이재용법’은 지난달 1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데 이어 같은 달 25일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도 이견이 적은 법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법의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재용법은 회사를 인적분할로 쪼갤 때 기존 회사가 자사주 수량만큼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하게 막아 대주주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게 골자다.
지금은 하나의 회사가 인적분할을 거쳐 두 개의 회사로 나뉘면 기존 회사 주주는 양쪽 회사에 똑같은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기존 회사의 자사주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존에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도 새로 보유한 신설 회사 지분에는 의결권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대주주와 기타 주주의 의결권 비율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지주회사가 자사주를 활용해 사업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라 일명 ‘자사주의 마법’이라고도 불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기업구조 개선을 포함시켰다. 당시 삼성전자는 “6개월 간 검토해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으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이 검토하는 기업구조 개선 방안도 결국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인적분할이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면 지분이 적은 이재용 부회장도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좀더 안정시킬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12.78%(1,798만여주)에 이른다. 반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3.54%,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0.77%,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0.6%에 불과하다.
만약 자사주 활용이 물거품 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상장사 20% 이상)도 맞추기 힘들다. 현재 200만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주가를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이 자비로 주식을 구입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에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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