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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최순실 말대로 장관 되고 예산 반영되니 겁났다”

입력
2017.02.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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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특회에 출석했을 때 모습. 배우한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특회에 출석했을 때 모습. 배우한 기자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한 배를 탔다가 갈라선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법정에 출석해 최씨와 어울리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목격한 게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고씨는 “더블루K 사무실에서 최씨가 ‘프린터가 안 된다’고 해서 최씨 방에 들어갔더니 노트북 화면에 연설문 같은 게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최씨가 청와대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고 청와대 비서들이 최씨의 개인비서처럼 했다”고 답했다. 고씨는 특히 “최씨가 무슨 일을 해도 '대통령을 위해서 일한다, 대통령 때문에 일한다, 대통령의 신의를 지키면서 일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서 둘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운 것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2014년 최씨와 같이 일했던 의상실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제가 모르는 부분에서 부적절한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최씨에게 그만둔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장관이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가 비었으니 추천해달라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또 예산 같은 걸 짜기 시작했는데 그 예산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봤을 때 겁이 났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차은택과 최순실이 문화융성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제가 문화융성이라던지 이런 것을 전혀 알지 못해서 일을 못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제가 못하는 것을 하면서 욕먹을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씨가 이날 법정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최씨와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고씨는 최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 갈라선 뒤 내부 제보자로 변신했지만,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뒤 두 달 가까이 종적을 감췄다. 고씨는 최씨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최씨가 국정농단과 이권개입에 관여할 때 이를 옆에서 지켜본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최씨가 운영한 의상실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해 영상을 찍은 뒤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차은택씨는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두 사람이 내연관계로 추측되며 고씨가 돈 문제로 최씨를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으며,. 박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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